4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4가지 색깔의 사랑
사랑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 연작소설
365번째 편지(조두진 지음 / 이정서재 / 212쪽 / 1만 5000원)

너무나 사랑했기에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내가 만일 그 사람을 '어느 정도' 사랑했더라면 '사랑한다'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기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한다. 연작소설 4편 중 1편인 '이치카' 내용이다.
오랜 세월 기다려 온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먼 곳에 두고, 밋밋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무표정하게 살아간 그는 어떤 세상을 보았을까.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는 것, 사랑함에도 그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치카'는 너무나 사랑했기에 고백하지 못한 이의 긴 침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365번째 편지'는 자신은 첫눈에 상대방이 자신이 오랫동안 찾고 기다려 온 사랑임을 알아봤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상대방 주변에 머물며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봐 주길, 사랑임을 알아봐 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상대는 그의 관심과 호의에 그저 예의상 생활인의 대답을 할 뿐이다.
이 소설은 묻는다.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 그러니까 나는 오랜 세월 찾고 기다려 온 사람인데, 상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바로 내가 긴 세월 찾고 기다려 온 사람이에요"라고 상대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계속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일까. 아니면, 나는 그를 첫눈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그가 여러 번 설명하니 어렴풋이 알아보게 되는 것이 사랑일까.
'리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랑을 묻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다. 사랑을 묻어버렸는데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묻혀버린 사람, 넘실대며 흐르는 사랑을 묻어버린 탓에 강물은 말라버리고 이제는 허연 강바닥에 드러난 사람의 이야기,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물고기가 뛰어오르던 푸른 강물이 아니라 하얀 강바닥에 깨진 유리 조각들만 나뒹구는 이야기. 거기에 발을 들여놓으면 푸른 강물에 온몸이 푸르게 물들기는커녕 발을 다쳐 붉은 피를 흘리게 된다.
사랑을 잃어 허연 강바닥이 돼버린 리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믿었다. 차라리 사랑이 부족해서 그 사랑을 잃었더라면 이처럼 야윈 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못생긴 여자'는 변한 것 하나 없이 여전히 예쁜 얼굴인데, 왜 그 사람은 못생긴 사람이 돼버리는 가를 묻는다. 여기서 못생긴 여자는 얼굴이 못생겼단 말이 아닌 셈이다. 우리가 함께 아름다웠던 날들, 흰 속에서 붉은 떡볶이를 먹고 아무도 없는 눈 쌓인 학교 운동장에 들어가 둘만의 발자국을 남기던 그 깨끗했던 순간들이 어째서 마치 "못생긴 연인들의 입 맞추는 모습"처럼 돼버리는지 그 까닭을 몰라 난처하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4가지 색깔의 사랑을 담은 연작소설이다. 4편 중 가장 와닿는 작품이 어느 것이냐에 따라 내가 어떤 색깔의 사랑을 꿈꾸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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