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산재보험 사각지대 1차 산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비록 의학적으로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사망함이 확인되었으나 고인이 근로를 제공한 사업장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 1항 6호에 따라 산재보험법상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부득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부지급 결정"한다는 처분이 내려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 확대를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고열이나 폭염에 노출된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된다.
업무 수행 중이나 업무 직후 발생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은 산재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여름철 실외작업이나 밀폐된 공간 등 고온환경에서 작업한 것이 원인이었는지를 주요한 인정요건으로 따진다.
양파를 수확하는 현장에서 일하다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는데, 부검결과 열사병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일 해당 지역 최고기온은 30도가 넘었으며 재해자는 수확한 양파가 담긴 소쿠리를 들어 통백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루종일 야외에서 수행했다. 여름철 옥외작업으로 인해 열사병이 발병했다는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는 사건이다. 열사병은 질병에 해당하나 이 사건은 사실 '사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므로 산업재해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비록 의학적으로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사망함이 확인되었으나 고인이 근로를 제공한 사업장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 1항 6호에 따라 산재보험법상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부득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부지급 결정"한다는 처분이 내려졌다.
무슨 소리인지 뜯어보면, 우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제6조에서는 이 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 적용하되, 다만 위험률·규모 및 장소 등을 고려해 '농업, 임업(벌목업 제외), 어업 및 수렵업 중 법인이 아닌 자의 사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을 산재법 적용제외 사업에 해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수확기, 파종기에 계절적, 일시적 고용이 이루어지는 특성과 농업경제가 대부분 가족농이나 소규모 자영농 형태로 이루어지므로 행정·재정적 이유로 가입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산재보험 의무가입을 배제한 것이다.
열사병으로 말미암은 명백한 산업재해에 해당하지만 산재보험 적용 대상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할 수 없다는 건 산업재해가 발생해 피해를 받은 노동자는 있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막막한 현실을 보여준다. 산재보험 제도 적용 없이, 영세한 농장주를 상대로는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농업 분야는 전체 산업 중에서도 재해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노동자나 고령자 채용이 빈번해 제도적 보호가 더욱 절실함에도 그중 가장 기초적인 산재보험마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2023년 2월 3일부터는 5인 미만 농어가 개인사업장도 산재보험에 가입하거나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 확약서를 제출해야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서 발급이 가능해지도록 해 산재보험 미가입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하기는 했다. 그러나, 결국은 산재보험이라는 가장 확실한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기 채용하는 경우에는 가입을 유도하기도 어렵다.
산재보험은 과거 건설업자가 아닌 자가 시공하는 총 공사금액 2000만 원 미만인 공사도 적용제외 사업장으로 규정해오다가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의 재해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산재보험 사각지대를 줄이는 차원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이제는 농업과 같은 1차 산업 분야에서도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승환 바른길노무사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