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민생 지원급 지급 진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과제 물밑 작업 정부조직개편 예의주시 “좌고우면 말고 역할에 충실해야”
이재명 대통령 취임 2개월째인 정부세종청사는 여전히 뒤숭숭한 모습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정권인수위 역할을 대신하면서 정부 조직개편안 마련에 나선 가운데 국가 안팎으로 여러 현안이 터지면서 진땀을 흘리는가 하면, 이전 추진으로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부처도 있다. 공직사회는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어떤 식의 헤쳐모여가 이루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시하는 등 무더위 속 3중, 4중고를 견디는 중이다.
관세전쟁에 휩싸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과 발효일자 등이 포함된 서한을 공개한 8일 새벽(한국시간)까지 비상 상황을 유지했다. 이후 구체적 내용 파악과 대응전략 수립 등을 놓고 구슬땀을 쏟았다. 산업부는 8월 1일까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판단하고,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상호 호혜적인 협상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문신학 제1차관이 주재해 관세로 인한 국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민관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취임하기 무섭게 지난달 22~27일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통상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 유예 직전인 5일에도 1주일 만에 워싱턴DC를 찾아 협상을 벌였다. 7월 내내 불확실성 및 가변성과 싸우며 끈질긴 협상을 벌여야할 판이다. 산업부는 때 아닌 폭염이 덮치면서 차질 없이 전력수급 관리를 해야 하는 난제도 떠안았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계획’을 이행해야 하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비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밤 총 31조8000억원 규모의 새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자 토요일인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했다. 휴일 국무회의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속한 소비 진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신속하고 차질 없는 집행을 위해 신청·지급 절차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특히 행안부가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민재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김 대행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계획 관련 시도 부단체장 회의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이 지역 현장에서 국민께 온전히 전달되도록 각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계획을 실행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현장의 판단과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사전 준비와 대응 체계 구축을 철저히 해달라”며 “먼저 광역·기초단체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담 TF를 8일까지 신속하게 구성하라”고 말했다. 2차 지급이 10월 31일 종료될 예정이고 보면 여름철이 지난 뒤에도 한숨을 돌리기 힘들게 됐다.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 준비 또한 녹록치 않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오는 14일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17일로 정해졌다. 논문 중복게재·가로채기 의혹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또 ‘서울대 10개 만들기’ 실현 방안을 송곳 검증하고, 유·초·중·고 전문성 결여를 집중 추궁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상대적으로 청문회 통과가 수월한 정치인 출신이거나 ‘증인·참고인’이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 청문회를 준비하는 부처는 다소 여유를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부 조직개편 진행 상황은 여전히 공직사회를 달구고 있다. 국정기획위의 개편 작업이 늦어지면서 추측이 난무한다. 관세전쟁 한가운데 있는 산업부나 환경부로서는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놓고 술렁이고 있다. 산업부 일각에서는 최근 산업과 통상, 에너지 분야의 연관성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에너지실이 산업부에서 분리되면 통상 관련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반론도 강하다. 기획재정부 쪼개기나 통계청의 승격 역시 결론이 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은 7일 이 대통령에게 공개질의를 하고, 반대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공개서한문에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북극항로 개설과 해양강국 실현이라는 중요한 국가 목표 달성에 오히려 비효과적이고, 국정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한다는 우려에 어떻게 생각하시나?’라는 등 4개항의 질의가 담겼다.
“정책이란 행정 효율성과 국민 삶의 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해수부 이전) 결정은 그런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껴지고 연내 이전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이 참 너무하다고 봅니다.” 같은 날 해수부 공무원의 배우자라고 밝힌 한 시민이 최근 최 시장에게 보낸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에 대한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도 공개됐다. 해수부 내부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다른 부처와 인사 교류하는 형식으로 해수부를 떠나고 싶다는 공직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떠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직자들이 좌고우면하면서 정치 상황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이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