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K팝 데몬 헌터스’ 히트의 힘

해외 자본이 케이팝을 내세워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화제다. 소니픽쳐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사인데 일본 자본의 헐리우드 기업이다.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곳이다. 그런 회사에서 만든, 즉 한국과 연관이 없는 헐리우드 작품인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 넷플릭스 영화의 세계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단순히 시청 순위가 높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이 ‘K’다.
요즘 문화계에서 ‘K’는 한국을 뜻하는 말로 굳어져가는 느낌이다. 한국적인 요소가 등장하면 K가 붙고, K가 붙으면 뜬다. 얼마 전엔 ‘오징어게임 3’이 넷플릭스 시리즈(드라마) 부문 세계 1위에 올랐었다. 세계 최대의 OTT 플랫폼에서 한국을 다룬 작품이 같은 시기에 영화, 드라마 양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헐리우드 제작사가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작품을 만들 때 별생각 없이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쳐 될 만한 소재와 스토리, 출연진 등을 치밀하게 기획한다. 제작이 됐다는 건 그런 기획 결과 흥행 아이템으로 판단됐다는 뜻이고, 그만큼 ‘K’ 코드를 내세웠을 때의 시장성을 크게 봤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전반적으로 흥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작사들이 소극적으로 위축됐다. 모험적인 기획보다 안전한 기획을 선호한다. 안전한 기획이란 ‘스파이더맨’처럼 이미 유명한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기존 히트작의 후속작, 유명 원작의 각색, 세계적인 유명 스타의 캐스팅, 감독 등 스타 제작진 섭외, 익숙한 배경 활용 등이다.
이런 분위기이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명 캐릭터도 없고 유명 원작도 없다. 순수 창작물인데 주류 팝음악이 아닌 케이팝을 내세웠다. 성우로 헐리우드 스타가 아닌 이병헌, 안효섭, 김윤진 등을 캐스팅했다. 감독도 스타 감독이 아닌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다. 배경은 세계 관객들에게 익숙한 미국이 아닌 한국의 서울이다. 음악도 한국의 테디 프로듀서와 협업했고 트와이스 등이 참여했다.
이렇게 철저히 한국적인 코드를 내세운 기획이 헐리우드 제작사에게 채택된 것 자체도 놀라운데, 그게 대히트로까지 이어졌으니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세계 문화계에서 한국이 ‘핫’하다는 뜻이다.
기존에 헐리우드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표현했을 땐 고증이 부정확해 한국의 고유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었다. 반면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면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냉면, 설렁탕, 김밥, 라면, 어묵국, 호떡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이 등장하고 식당의 풍경이나 서울 성곽길, 서울 타워 등 한국 묘사에 공을 들였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모든 표현에 한국인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김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감독이 김치를 등장시키거나 언급하는 걸 금지했다고 한다. 김치는 이미 너무 유명해서 한국 관련 콘텐츠에 김치를 내세우는 건 식상할 정도이니 다른 소재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김치는 이제 한국의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얼마 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극본상, 음악상 등 무려 6개 부문을 휩쓸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그 작품의 배경이 한국이란 점도 미국 흥행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이 뮤지컬을 보고, 배경을 한국으로 한 게 좋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배경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화분을 우리말 그대로 쓰기도 했다. 미국 관객들 사이에서 화분 굿즈가 유행한다고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영어 대사 사이에 한국어가 등장한다. 우리 전통 민화에서 따온 호랑이 캐릭터가 큰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정말 한국의 존재감이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한국을 내세우면 뜨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애니메이션을 해외 자본이 먼저 만들었다는 게 통탄할 일이다.
우리는 해외시장 진출용 애니메이션에서 한국색보다는 보편적 또는 서구적 코드를 표현하려 애썼는데 오히려 그 반대 지점에서 터졌다. 이젠 우리 스스로를 믿고 K의 힘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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