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와도, 혼자 느낀다” 크루즈 1,200명도 빠졌다.. 제주민속촌이 단체관광을 바꾸는 법

“사진 찍고 끝나던 단체관광, 이제는 감성까지 남겨요.”
2025년, 제주의 전통관광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 1,200명의 발길이 머문 곳, 바로 제주민속촌.
단체여도 각자 감성으로 기억하는 여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주관광이 지금, 전통을 다시 걷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민속촌에 모인 1,200명.. ‘사진’보다 ‘체험’이 중심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민속촌.
8일,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00명에 달했습니다.
오전 일찍 대만발 크루즈 ‘MSC 벨리시마’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단체로 도착했지만, 관람은 각자 속도와 감성에 따라 흘러갔습니다.
전통 초가 마을로 들어선 관광객들은 단체 기념사진보다 투호 던지기, 떡메치기, 전통의상 체험 등 오감형 콘텐츠에 집중했습니다.
각 버스 투어 단체별 체류 시간은 90분 남짓이지만, 짧은 순간 안에 감정의 깊이를 남기는 방식이었습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온 에이미 씨는 “아이유가 나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제주에 관심이 생겨 친구 30여 명과 단체로 왔다”며 “드라마 배경처럼 고즈넉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니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보다 ‘기억’, 관광보다 ‘감성’.
전통관광지의 정체성이 이방인의 감각과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 단체로 왔지만, 각자의 감정으로 ‘머무는 여행’
제주민속촌은 전시 공간에서 확장해, 19세기 제주의 삶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야외 박물관입니다.
산촌, 어촌, 중산간촌, 토속신앙, 유배문화 등 제주의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구성했고, 실제 전통가옥 100여 채를 옮겨와 복원했습니다.
가옥마다 장인이 상주해 민속 공예를 직접 시연하고 현장에서는 제기차기, 널뛰기, 곤장 체험, 다례, 목각, 윷점,
딱지 만들기 등 다양한 계절별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관람은 일방향이 아니라, 감각 중심의 ‘선택적 몰입’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김인성 제주민속촌 차장은 “예전처럼 단체가 쭉 돌아보고 사진만 찍는 구조는 이미 사라졌다”며 “지금은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감정을 남기고 떠나는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람객의 눈높이를 읽고, 감정의 결을 따라 체험을 연동하는 스태프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 크루즈와 직항이 여는 ‘감성 단체관광’ 시대
제주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163척의 크루즈가 기항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37만1,000명이 방문했습니다.
연말까지 300척 이상, 연간 탑승객 약 1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대만은 2024년 6월부터 가오슝~제주 직항이 재개되며, 크루즈·항공 양방향에서 대규모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한 번 ‘보고 끝’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감성 중심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 ‘K-드라마’와 유튜버가 바꾼 동선
이번 제주민속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다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대만 인기 유튜버 ‘차이아까(蔡阿嘎)’팀의 제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여행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감성 콘텐츠는 관심을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관광의 동선까지 주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앞서 차이아까의 영상 시리즈는 대만 내 단체관광 상품과 직접 연계돼 수백 명 규모의 예약으로 이어졌으며, 그 여정의 핵심에 제주 전통체험이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제 단체관광의 출발점은 관광버스 승차장이 아니라, 드라마 속 장면과 유튜브 영상이 되고 있습니다.
콘텐츠가 곧 여행의 지도가 되는 시대, 제주가 그 감성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 외국인은 ‘깊게 체험’, 내국인 ‘길게 체류’.. 제주관광의 투트랙 전략
제주관광공사는 외국인 단기 체험과 내국인 장기 체류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크루즈 기반의 프리미엄 기항 체험과 전통 콘텐츠를 연계하고, 내국인에게는 디지털 관광증 ‘NOWDA(나우다)’ 프로젝트를 통해 체류형 관광의 확장을 시도 중입니다.
‘NOWDA’는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이 아닌, 느리게 머무르고 깊게 남는 제주를 지향합니다.
숙박·교통 인센티브와 감성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을 결합해, 새로운 체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단체로 와도 감정을 남기고, 짧게 와도 깊이를 남기는 여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외국인과 내국인의 여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지금’, 제주관광의 다음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 ‘새로운 전통’이 시작된다
제주민속촌은 오는 12일부터 여름 시즌 테마 축제 ‘해와 바람의 정원, 해바라기 꽃길’을 시작합니다.
민화 그리기 콘테스트, 계절별 전통 놀이와 공예 체험도 함께 확대 운영할 예정입니다.
제주는 지금, 다시 묻고 있습니다.
사진보다 오래 남는 기억이, 누구의 손에서 시작됐는지를.
전통은 멈춰 있는 유산이 아니라, 움직이는 방식이라는 걸.
같은 장소를 걷더라도 누군가는 단체로 와도 혼자 느끼고, 누군가는 감성으로 길을 남깁니다.
이제 관광은 숫자보다 방식의 문제이고, 제주는 그 방식 안에서 ‘머무름의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단지 하루의 여정이 아니라, 내일을 향한 또 다른 설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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