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가전, 美생산 늘린다지만…"관세 못 낮추면 수출 접을 판"

김우섭/성상훈/김채연 2025. 7. 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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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시간이 왔다."

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예고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석유화학제품과 배터리, 냉장고, 변압기 등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관세율을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며 "25% 관세를 다 내면 미국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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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악 상황 대비할 시간"…공급망 재편 분주
삼성전자, 세탁기 생산 확대
LG는 테네시 공장 창고 확장
HD현대일렉 등 변압기업체
고객사와 '관세 분담' 협상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직격탄
美공장 보유 기업 한곳도 없어
< 컨테이너 쌓인 평택항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14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해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8일 경기 평택항에 선적을 앞둔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시간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7일(현지시간)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전, 배터리, 변압기 등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주력 제품이 대부분 수출된 물량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미국 생산량을 늘리거나 관세율이 낮은 곳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작업에 들어갔다.

 ◇현지 생산 확 늘리는 가전

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예고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석유화학제품과 배터리, 냉장고, 변압기 등으로 파악됐다. 작년 기준 미국 수출액이 가장 큰 자동차는 상호관세가 아니라 품목관세가 붙어 25% 관세율이 그대로 유지되고, 반도체 역시 품목관세로 분류돼 추후 관세율이 정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가전 생산을 최대치로 늘리기로 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생산을 늘리고, 이를 위해 창고 증설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세탁기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한국산 냉장고는 18억5997만달러(약 2조5000억원)어치였다.

한국보다 낮은 20% 관세율이 적용된 베트남 생산도 늘린다. 삼성과 LG는 각각 호찌민, 하이퐁에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업계도 미국 현지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휴대폰용 배터리 수출 금액은 29억9392만달러(약 4조1000억원)였다. 이 중 ESS와 휴대폰용 배터리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배터리 소재 업체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회사가 한 곳도 없어 대부분의 물량을 한국에서 수출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한국 기업의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수출액은 32억6700만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관세율을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며 “25% 관세를 다 내면 미국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압기는 별도 협상 불가피

변압기 회사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변압기 3사(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중 미국에 변압기 공장을 둔 회사는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다. 하지만 미국 공장 생산량이 수요를 다 맞추지 못하는 탓에 두 회사 모두 한국산 변압기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전량 한국에서 만든 변압기를 미국에 팔고 있다. 지난해 변압기 분야 수출액은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였다.

업계에서는 변압기 업체들이 현재 생산 중인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관세 분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의 일정액을 변압기 업체들이 분담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은 미국 3위 수출 업종인 석유제품(51억달러·약 7조원)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의류와 페트병 등에 쓰이는 벤젠과 자일렌, 톨루엔 등을 주로 수출하는데, 미국에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생산이 불가능한 품목은 관세 면제 대상에 올리곤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김채연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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