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없는 오리, 더위에 취약···폭염 빨라지면서 죽을 맛"

이정민 2025. 7. 8. 18: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일 폭염’ 영암 오리농가 가보니
불볕더위에 속수무책…“전기세 폭탄 맞으며 버틴다”
환풍기·안개 분무기 풀가동에도 열기 떨치기 역부족
8일 오후 영암 신북면 월지리 한 오리농가에서 농장주 김배홍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오리는 땀샘이 없어 다른 동물보다 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하늘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어요. 대형 선풍기에 안개 분무기까지 전기세 폭탄을 맞아가며 버티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전남지역 오리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일찍 시작된 폭염으로 가축 폐사사례가 증가하면서 폭염 피해 대책 마련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8일 오후 영암 신북면 월지리의 한 오리농가.

6개동에 1만2천여 마리를 사육 중인 이곳 농가에서는 대형 환풍기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대형 환풍기가 1개 동에 2개씩 설치돼 가동 중이지만 내리쬐는 뙤약볕에 하우스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리들은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명당자리를 찾아다녔다. 잠시 후 안개 분사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자 달아오른 열기를 그나마 식히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올해 일찍 시작된 폭염 기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농가들은 축사 온도를 1도라도 낮추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6년째 이곳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배홍(32)씨는 "다행히 올해는 대규모 폐사는 없지만 그동안 폭염이 심할 때는 하루 40~50마리씩 폐사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그저 환풍기와 안개 분무기에 의지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 환풍기를 돌리고, 안개 분무기는 15분마다 7분씩 작동한다"며 "설비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전남도 지원 사업이 잘 마련돼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기세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영암 신북면 월지리 한 오리농가에서 농장주 김배홍씨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김씨는 "여름철에는 한 달 전기세가 80만원에서 120만원 정도 나오는 데 올해는 폭염일 일찍 시작되다 보니 전기 사용량도 그만큼 늘어나 걱정이다"며 "지차체에서 시설 지원은 잘되고 있는데 전기요금 지원이 있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끼 오리들은 부화기 온도가 38도 가량이어서 고온에 어느 정도 버티지만, 자라면서 오히려 더위에 약해진다"며 "다음달 초에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폭염이 더 심해질 것 같아 걱정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여름철 폭염 일수가 늘어나면서 동 마다 1개만 설치돼 있던 안개 분무기를 추가 설치했다"며 "농장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런 시설 지원이 없으면 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앞으로도 전기요금 부담만큼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올해 유난히 일찍 시작된 폭염에 농가도 축산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도내 폭염 피해는 총 104개 농가에서 4만1천95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추정액만 7억4천900만원에 이른다. 축종별로는 닭이 3만5천344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 3천980마리, 돼지 1천771마리 등이 폐사했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12개 농가에서 3천297마리가 추가로 폐사해 피해 규모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8일 오후 영암 신북면 월지리 한 오리농가에서 오리들이 햇빛을 피해 그늘진 곳에 모여있다.

지역별 피해는 무안군이 1천578마리(2억4천300만원)로 피해액이 가장 컸고, 나주 4천256마리, 화순 660마리, 함평 71마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피해는 전남 전체 사육두수(4천900만 마리)의 0.08% 수준이지만, 폭염이 장기화되면 피해 농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는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도내 1천595호의 폭염 취약농가에 폭염특보 행동요령과 예방법을 문자메시지로 안내했으며, 가축 재해보험 가입,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지원, 축사 지붕 열차단재 도포, 사료 효율 개선제 지원, 환풍기 보급 등 6개 사업에 186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완화제를 추가로 확보해 예비비 20억원을 긴급 지원하며, 이달 중순까지 5천호 농가에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2018년 기록적 폭염으로 97만1천마리가 폐사했던 사례에 견주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기온 상승 속도가 빨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폭염이 끝날 때까지 시군, 생산자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피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농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