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카드'로 관세압박 돌파 … 한화, 美해군 MRO 또 수주
中 해군력 증강에 美 불안
트럼프 향해 韓 강점 어필
"美조선 재건 이끌 파트너"
한화오션, 발 빠른 움직임
"올해 美MRO 5~6건 수주"
HD현대, 美조선소와 MOU
"현지진출 방안 다각 검토"

향후 3주간 치열하게 전개될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조선 분야 협력 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세협상이 통상 분야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안보 이슈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만큼 조선업까지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한미 조선업 협력은 관세협상에서 '레버리지(지렛대)'만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미국에 양보하는 수준의 카드가 아니라는 뜻이다.
조선업과 함께 K방산 기업이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면 수출 확대와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 한국에 불리하지 않다. 중국 조선업체의 글로벌 시장 잠식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도 좋은 기회다. 미국에서는 민주당·공화당 구분 없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조선업 재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다. 한화오션은 이날 "미국 7함대 소속 군수물자 보급함인 '찰스 드루'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 수리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찰스 드루함은 비전투함으로, 화물과 탄약 등을 보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만재배수량은 4만1000t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달 중순부터 거제 조선소에서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연내 수리와 정비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찰스 드루함의 MRO 수주 금액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월리 시라'함 첫 수주에 이어 같은 해 11월 유콘함 MRO 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유콘함은 정비와 수리를 마치고 이달 하순 거제 조선소를 출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측은 "올해 총 5~6건의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시설 확충을 통해 직접 건조에도 나설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잉걸스 산업(HII)과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정 효율화와 인력 양성 등을 놓고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진출에 대해 다각적인 전략적 구상과 접근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과 같은 대형 조선사는 스마트야드 기술력과 친환경 선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을 함께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조선업 협력이 한미 양쪽에 '윈윈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만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 양측은 정부·업계 등 다양한 영역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실질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 방안 도출에 있어 관건인 만큼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미 외교·안보 수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한미동맹 정신을 강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뜻을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나 제반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다. 다만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고임금과 공급망 부족에서 오는 원가 경쟁력 저하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미국에 직접 설비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술 협력과 인력 교육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제1회 방위산업의 날'을 맞아 열린 방산업계 토론회에서 "안보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길 바란다"며 "정부가 투자하고 지원해 세계적인 방산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방산 제품 경쟁력 강화 △대기업 중심 생태계 탈피 △정부 간 협력을 강조하고 방산 4대 강국으로 발돋움하자는 청사진을 그렸다.
[성승훈 기자 / 권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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