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다시 평화] '산업 호재'와 '목숨 장사' 사이
K-방산 수혜 지역 경남, 2024년 236억 달러 수출
시민사회 연대 "전쟁 부추기는 무기 산업에 반대"

◇전쟁특수 누리는 방위산업 = 전쟁이 발생하면 평소보다 특수를 누리는 산업이 있다. 특히, 방위산업(군수산업)은 가장 직접적인 수혜 산업이다. 총, 포, 탄약, 미사일, 전차, 항공기, 함정 등 무기와 군용 장비를 개발, 생산, 공급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에너지 산업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쟁은 원유, 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자원 공급망을 흔들어놓는다.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여러 유럽 국가의 가스 가격이 러-우 전쟁 이후 엄청나게 오르기도 했다. 사이버 보안산업도 마찬가지다. 국가 기반 시설과 군사 시스템 등을 표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기술 수요가 증가한다. 전쟁이 나면 군수물자, 식량, 의약품 등의 보급이 매우 중요해지고,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에너지 자원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류·운송 비용이 증가한다.
전쟁은 필수적으로 파괴를 동반한다. 그래서 재건·건설산업이 특수를 누린다. 전쟁 중 혹은 전쟁이 종료되면 파괴된 사회기반시설부터 재건해야 하기에 대규모 복구사업이 벌어지게 되고 여기에 건설 관련 산업이 참여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 이슈가 터지면 당사국은 물론이고 주변국까지 국방비 지출을 늘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이어지면서 주변 중동국가의 무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노골화하면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위기감을 느낀 동아시아 국가들의 무기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러-우 전쟁에서 국방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얻고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 구걸하다시피 매달리는 모습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상대보다 압도적 국방력을 가진 이스라엘이 무장·비무장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자주국방력 확보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아울러 러시아가 전쟁 당사국이 되면서 전쟁을 예방·중재·조정해야 할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유명무실하게 된 상황도 위기감을 확산시켰다.
◇K방산과 경남 = 이처럼 세계 각국의 급증하는 무기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만한 기업이 많지 않다.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냉전시대가 끝났다. 이후 전쟁 위험이 거의 사라졌기에 세계 각국의 방위산업도 대부분 쇠퇴했다. 무기 수요가 없으니 방위산업 생태계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데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항상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국방 기술을 고도화해 성능은 높고, 가격은 낮은 제품을 생산해 국군에 납품하고, 이를 위해 부품 국산화 등을 통해 방위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그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됐다. 국내에서 생산한 무기는 미국·유럽산 무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뒤처지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력도 있고, 또 각국이 원하는 시기에 납품할 수 있다. 구매국으로선 한국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 선택지다. 최근 우리나라 무기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럽 국가의 전차 구매 성능 테스트에서 국내 제품이 독일 제품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 결정 단계에서 유럽 내 생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가 작용해 입찰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경남테크노파크가 '한국방위산업학회 2021년 연구용역과 방위사업청 2021년 실태조사보고서'에서 뽑아낸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전국 방위산업체 320개 중 경남에 166개가 있고, 전국 방위산업 종사자 4만 2000명 중 2만 1000명이 경남에서 일하고 있다. 경남도가 파악한 바로는 전국에 국가지정 방산기업 84개사가 있는데 이중 27개사가 경남에 있다. 또 전국 방산체계기업 17개사 중 6개사가 경남에 소재해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한화오션, SNT다이내믹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다.
또, 도내 체계기업 협력업체와 일반 방산업체는 총 490개사에 이르고, 이중 연매출 10억 원 이상 기업은 166개사다. 또 방위산업 관련기관·지원기관 15개소가 경남에 있다.

◇ '분쟁 장사' 비판도 = 그동안 ESG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 등에서는 인명살상 무기를 생산·판매한다는 이유로 방위산업을 담배제조업, 카지노업 등과 함께 연기금·금융권의 투자 배제 업종으로 분류해 투자를 제한해왔다. 그러나 러-우 전쟁 이후 낮은 국방력이 사회 지속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방위산업을 새롭게 보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즉 방위산업을 죄악 산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는 산업으로 인식을 바꾼 것이다. 2022년부터 스웨덴 SEB 은행은 기존 방산업체 투자 금지 정책을 변경해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방위산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있다. 방위산업이 안보라는 명분으로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수출해 돈벌이만 추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시민사회네트워크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쟁의 고통을 돈 벌 기회로 삼으며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무기산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무기박람회에 대응하고자 연대의 폭과 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무기거래의 비윤리성을 알리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 활동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정성기 경남대 부동산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경남고용포럼에서 "무기 수출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전쟁을 예방할 것인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전쟁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인가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다"라며 "무기는 쓰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참혹한 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은 한국이 무너져가는 유엔체제 아래에서 평화를 증진하는 국제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려면 이에 대한 새로운 철학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재영 기자
※ 이 기사는 지원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