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時調 대만을 물들이다

7월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을 시기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장마는 짧아지고 무더위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여름휴가를 앞당겨 국제시조협회와 대만현대문인협회 간 교류를 위해 대만을 찾았다. 문학을 통한 국가 간 소통과 우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처음 방문한 대만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식민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대만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약 50년간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며, 이 시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의 동화 정책과 언어·문화 말살, 자원 수탈 등을 겪으며 아픈 근현대사를 함께한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지난 5일 대만의 남부도시인 타이난 국립 대만문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Taiwan-Korea Poetry Festival'은 문학적 감수성을 공유하며 교류의 물꼬를 텄다. 천년의 전통을 지닌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 '시조(時調)'가 대만 현대시와 만나 서로의 정체성과 미학을 존중하는 모습은 대중문화 이면에 흐르는 깊은 문화적 저력을 느끼게 했다.
타이난시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역사적 수도로, 대만의 정체성과 전통문화가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17세기 네덜란드 식민 통치부터 정성공의 대만 수복, 그리고 청나라와 일본 식민 시대를 거쳤다. 공자묘, 적감루, 안핑고성 등 역사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미식의 도시답게 단자면, 우육탕 등 현지 음식도 다양하다.
행사를 진행한 국립대만문학관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건물과 유사했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에 건립된 '타이난주청(臺南州廳)'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3년에 개관했으며 문학 전문 박물관으로 대만의 문학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중요한 문화 기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건물의 외관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인 시설로 개조되어,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국제시조협회 회원들은 서울, 경기, 대구, 청도, 경주 등 전국 각지에서, 대만 현대시인협회 회원들은 타이베이,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대만 전역에서 모여 깊이 있는 문학 교류를 펼쳤다. 양국 시인 52명은 한국 시조 시인 3명이 낭송하면 대만 시인 3명이 이어받는 방식으로 번갈아 무대에 올라, 시를 주고받는 형식의 낭송으로 우정을 나누며 한·대만 문학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행사에 참가한 시인들은 각자 시집 두 권을 국립대만문학관에 기증했으며, 이 시집들은 양국 시문학 교류의 상징으로 문학관 전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대만 시문학 교류회를 주도한 김상호 대만 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은 "비록 문학가는 떠나도, 문학은 영원히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인 김광림 시인과 고 천젠우 대만 시인, 고 다카하시 기쿠하루 일본 시인은 1980년부터 아시아 시문학 교류를 주도하며 '동아시아 시서전'의 초석을 다졌다.
한국 국제시조협회 민병도 이사장은 "한국 고유의 전통 정형시인 시조를 세계에 알리고, 현대적 감성과 융합해 전통의 현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시는 국경을 넘어,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제시조협회는 시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대만·일본 등 해외 문학 단체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시조의 현대적 가치와 세계화를 실현하고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병도 국제시조협회 이사장은 한국 시조 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동아시아 문학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시조의 세계화와 정형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실천적 활동에 앞장서며 시조를 통한 문화 외교와 시대적 공감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실천하고 있다.
일정을 마치고 6일 귀국을 위해 수도 타이베이를 찾았다. 제4호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대만 타이베이 장제스 기념관 광장을 가득메운 인파와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3' 홍보 행사가 열리고 있었으며 K-컬처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거대한 '영희'와 '철수'가 긴줄 돌리기를 하는 대형 조형물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 챌린지 체험에 열광하는 관광객의 모습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한국 문화와 감성'에 대한 전폭적인 환대였다.
타이베이뿐 아니라 방콕, 파리, LA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오프라인 체험 부스와 팝업 이벤트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단지 한국 드라마의 성공을 넘어, 한국적 놀이와 정서를 세계인의 공통 언어로 만든 사례가 됐다.
이처럼 K-컬처는 문학에서 영상까지, 전통에서 현대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K-컬처의 본질은 흥행이 아닌 '공감'에 있으며 콘텐츠의 장르나 형식은 달라도, 정서를 건드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관계'다. 대만현대시인협회와 한국의 국제시조협회가 교류 플랫폼을 축적하였듯이 오징어게임의 영희 로봇 앞에서 줄을 선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놀이를 따라 하며 즐거워 했다. 이는 곧, 감성의 교류이자 정서의 공명이다. 우리가 수출하는 것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이야기이자 문화라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K-컬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 중이다. 한국 고유의 '시조'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적 다리로 국제 무대에서 세계인과의 소통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본다.
김희동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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