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일군 회사, 팔까 접을까"…물려줄 자식 없는 고령 CEO들 깊은 고민

세종=오세중 기자 2025. 7. 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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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일군 회사가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성장했지만 후계 구도가 불확실하다.

인구 구조 변화로 고령 대표는 늘고 있지만 자녀가 승계를 원치 않거나 애초에 자녀가 없는 경우도 많다.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 33.3%, '자녀에게 기업운영이라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가 23.1%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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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충남 천안에서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요즘 고민이 깊다. 손수 일군 회사가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성장했지만 후계 구도가 불확실하다. 자녀들이 2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손주가 없어 그 다음 세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 회사를 팔아야 할지, 접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우리사주 형태로 인계하는 방안도 고려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고령 중소기업 CEO들이 가업승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로 고령 대표는 늘고 있지만 자녀가 승계를 원치 않거나 애초에 자녀가 없는 경우도 많다. 5곳 중 1곳이 가업승계 여부를 포기하거나 결정하지 못했다.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기업의 연속성이 막힌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승계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선 38.5%가 '승계를 준비할 연령이 아님'이 가장 많았다.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 33.3%, '자녀에게 기업운영이라는 부담을 주기 싫어서'가 23.1%로 그 뒤를 이었다.

자녀 승계가 어려울 경우 기업 운영 계획으로는 '전문경영인 영입'이 33.3%, '매각'이 29.2%였다. '폐업'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가업을 잇고자 하는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응답 기업의 49.2%는 '창업주의 기업가정신 계승'을, 28.2%는 '선대가 평생 일군 기업을 지키려는 책임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가업승계는 가족이 아니어도 가능은 하지만 세제 지원 등 제도가 가족승계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가족 외에는 세제 혜택이 쉽지 않다. 기업들도 가업승계 시 애로사항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76.3%)를 1순위로 꼽았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기업들은 점차 제3자에게 회사를 넘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영입이나 매각 등을 고려하는 기업이 전체의 60% 이상이다. 제3자 승계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중소기업 승계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미비하는 것이다. 올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발표한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87.7%는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별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가업승계가 어려운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와 일자리를 보존하려면 제3자 승계 등 다양한 경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영승계원활화법'처럼 '중소기업 기업승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종합적인 승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다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로 흑자 휴·폐업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경영승계활성화법을 제정했다. 2011년에는 사업인계지원센터 설립 등 기업승계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다각도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한편 국세청은 2022년부터 '가업승계 세무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의 세무 부담을 덜고,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사전에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은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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