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설탕음료·술·담배 값 50% 올려 1조달러 징세” 제안
건강 우려 제품 소비 억제하며 자금도 마련
암·당뇨 감소, 미국 원조축소 벌충 기대
사무총장, 각국에 보건의료 자력갱생 권유
“세금 증액의 건강 효과 증거 없다” 산업계 반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보건의료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설탕함유음료‧술‧담배가 앞으로 '건강세' 부담 강화로 접근이 어려운 사치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시가와 알코올 음료. [사진=게티 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8/KorMedi/20250708170738336ajnw.jpg)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금 증액을 통해 2035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설탕 함유 음료(sugary drinks)와 알코올, 담배의 가격을 50%까지 인상하도록 각국에 촉구하자 관련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WHO는 홈페이지에서 이런 조치가 당뇨와 일부 암과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되면서 개발도상국의 재정 부담을 가중해온 제품의 소비를 줄이고, 개발원조 감소를 벌충할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건강세' 부과를 만성질환을 비롯한 보건의료 문제 해결과 미국 등의 개발원조 중단에 따른 재정 압박을 완화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채택한 것이다.
WHO는 이 3가지 품목에 세금을 증액해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의 자금을 모은다는 의미의 '3 x 35 이니셔티브'를 제창하고 각국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3 x 35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캠페인은 유엔이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스페인 세비야에서 개최한 국제개발재정 컨퍼런스(FfD4)에서 시작됐다.
미국 원조 소멸시대, WHO는 각자도생 권고
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세비야 회의에서 "이렇게 걷힌 세금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자체 보건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언급한 '새로운 현실'은 미국의 개발원조 중지·삭감을 가리키며, '자체 보건시스템 강화'는 지금까지 외부지원에 의지했던 수많은 저소득·중소득 국가들에 세 가지에 대한 세금부과를 통해 자체 보건의료 예산을 확보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더 이상 미국의 원조를 기대하지 말고 각국에서 알아서 건강세를 거둬 보건의료에서 '각자도생'이나 '자력갱생'을 하라는 권유다.
WHO가 설탕 함유 음료와 알코올, 담배에 개별적으로 세금 증액을 통한 소비 억제를 촉구한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에 대한 세금부과를 동시에 권고하고 '10년 내 50%'라는 가격인상 목표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WHO가 그만큼 재정 관련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콜롬비아 등 건강세 도입, 확대 추세
WHO가 '3 x 35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한 근거는 콜롬비아 등에서 이미 부과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 '건강세'다. 콜롬비아는 2023년 11월 1일부터 담배, 알코올, 설탕 함유 음료에 10%의 건강세를 물리고 있다. 인공감미료, 인공향료, 색소 등 첨가제를 다량 함유한 초가공식품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에도 적용한다. 가공육·탄산음료·초콜릿·비스킷·시리얼·케이크·잼 등 다양한 식품이 건강세 징세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수입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무역장벽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2016년 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자 영국·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러시아 등에서 이를 도입했다. 태국은 과다 섭취 시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며 소금세 도입도 검토 중이다.
WHO는 담배의 경우 이미 2012~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140개국이 세금을 올렸으며, 이에 따라 가격이 평균 50%정도 인상됐다고 밝혔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보건의료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설탕함유음료‧술‧담배가 앞으로 '건강세' 부담 강화로 접근이 어려운 사치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시가와 알코올 음료. [사진=게티 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8/KorMedi/20250708170739590cara.jpg)
"담배와 설탕음료는 다르다""효과 없다"…업계 펄쩍
WHO의 조치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은 상당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식품음료연합(IFBA)은 "WHO의 보건 노력은 환영하지만 담배와 같이 본질적으로 해로운 상품과 설탕이 함유된 음료를 함께 분류한 것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음료협회협의회(ICBA)는 "설탕 함유 음료에 대한 세금 부과가 어느 나라에서도 건강 결과를 개선하거나 비만을 감소시키지 못했다"며 "WHO가 이런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증류주협의회는 "WHO의 기대와는 달리 세금 인상으로 알코올 남용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의 이런 반발에도 WHO는 국가 협력 강화, 국가 주도 정책 지원, 시민사회 연대와 파트너십 구축 등 3가지 활동을 통해 '3 x 35 이니셔티브'를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각국 재정의 외부원조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현재 '3 x 35'에는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계획(UNDP), 영국 외교부, 블룸버그 자선사업,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보건경제학 부문, 동남아 담배규제연합 등이 동참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 개방목표 달성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비야 FfD4 회의는 유엔이 설정한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SDGs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2016~2030년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목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는 빈곤종식·질병·교육·성평등·난민·분쟁 등이, 지구 환경문제엔 기후변화·에너지·환경오염·물·생물다양성 등이, 경제 사회문제엔 기술·주거·노사·고용·생산소비·사회구조·법·대내외경제가 각각 포함된다.
WHO는 SDGs 실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지원 중지나 지출 삭감에 나서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WHO 탈퇴까지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WHO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이번 세비야 회담에도 불참했다. 개발원조 분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철수가 가시화하면 WHO는 물론 상당수 국제기구와 제정이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중소득 국가가 SDGs 실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WHO의 설탕음료·술·담배에 대한 세금부과와 가격인상 권유는 개발원조의 큰손이었던 미국이 떠나면서 생긴 재정 공백이 가져온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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