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해녀 할머니 손 붙들린 어린이들...“살아남는 법 배웠어요”

"팔을 쭉 뻗어줘야 해. 손가락은 붙이고, 몸은 더 뉘어주고. 그렇지!"
8일 오전 서귀포시 법환포구 옆 해녀체험센터. 바다에 뛰어든 학생들은 팔짱을 끼고 서로를 의탁했다. 크게 그려진 원은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동도 없이 떠 있었다. 단순한 수영이 아닌 생존의 기술을 배우는 현장이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과 지역 해녀가 함께하는 '착의영 생존수영교육'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만의 독창적 교육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다 생존의 베테랑인 해녀와 해군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전수해줬다.
이날 교육은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앞서 네 차례의 교육은 실내수영장에서 누워서 뜨기, 이동하기, 응급처치, 구명환·구명볼 이용하기, 비상이함 등의 연습으로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실전을 거치는 자리였다.


착의영 생존수영이란 평상복 상태에서 구명조끼나 보조물을 활용해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 기술이다. 선박 난파 등의 긴급 상황을 가정한 교육 모델로, 바다 환경에 맞는 실전 훈련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법을 체득하도록 고안됐다.
바다로 뛰어듬과 동시에 학생들은 몸을 뉘였다. 가장 에너지 소모가 적으면서 구조 시 가장 눈에 잘 띠는 형태로, 철저하게 생존에 특화된 수영법이다.
물에 친숙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교관들 앞에서는 정확한 매뉴얼을 지켰다. 앞선 교육의 효과 덕분인지 학생들은 무리 없이 훈련을 소화했다. 해군 교관들은 자세를 고쳐줬고, 해녀들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학생들의 경로를 다잡는데 여념이 없었다.
훈련 중 사용된 2리터 생수병은 별 것 아닌듯 했지만, 부력을 생성하며 큰 도움이 됐다. 생소할법한 구명환, 드로우백 등의 구조용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학생들은 능수능란했다.
초여름 뙤약볕 아래 고될 법도 한 교육 과정이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올랐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강정초 5학년 윤경훈 군은 "처음 물에 들어갈 때는 무서웠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 강사님들이 너무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편하게 수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같은 학교 6학년 윤하은 양도 "이함훈련과 누워뜨기, 구조환을 던져서 인명구조를 한 교육이 기억에 남는다"며 "나중에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생존수영을 기억해뒀다가 잘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0년 경력의 해녀로, 교육을 위해 70세의 나이에 인명구조 자격증을 획득한 강애심 씨는 "한창 성게 수확철이다. 생업 때문에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으면 굳이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참여 취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된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