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3주’ 연장전… 7월말 정상회담 ‘분수령’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한국에 대해 상호관세(25%)를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당초 관세 부과 예정일이었던 7월 9일에서 다음달 1일까지로 3주의 추가 협상 시간을 벌게 됐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 체류하며 현지에서 관세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8월 1일 이전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담판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정상 서한 공개… 한미 ‘정상 담판’ 불가피
방미 중인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안보실장 협의를 했다. 핵심 의제는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위 실장은 협의에서 루비오 장관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모든 현안에서 상호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나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공감을 표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대상 관세 서한이 오늘 발송되었으나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인 8월 1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 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양측의 발언을 종합하면 상호관세 부과일인 8월 1일 이전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제에 대해선 정상 간 담판으로 정리하는 ‘탑-다운’ 형태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7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점치는 분위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농축산물 수입 검역 문제를 비롯해 네트워크 사용료 및 플랫폼법, 지도 데이터 국외 제공 제한 등의 디지털 규제 등은 국내 의견 조정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정부부처마다 입장이 다르고, 이해관계에 따라 국론이 갈릴 수 있는 문제다. 결국 국가의 정상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풀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통상 협의의 의제 중 상당수가 국내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면서 “대통령이 키를 잡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대국민 설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정상 담판을 핵심 카드로 보는 모습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라면서 “정상회담 등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국익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정부 ‘속도 보단 국익’… 통상본부장, 美 머무르며 고위급 접촉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서한을 SNS에 공개하는 등 관세 협상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는 ‘속도보다는 내용이 먼저’라는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주재한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면서 “7월 말까지 대응 시간을 확보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달라”라고 했다.
정부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서한에 대해 ‘악재는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짧은 시간동안 국익 최우선 원칙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이슈들에 대해 합의 도출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서한으로 8월 1일까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3주의 추가 협상시간 확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날 워싱턴DC에선 한미 안보실장 협의 외에도 여한구 본부장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간 면담도 이어졌다. 면담에서 여 본부장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한편,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 관세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요청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지난 4일 밤 출국한 여 본부장은 앞으로 며칠 더 미국에 체류하며 고위급 및 의회 관계자 등을 접촉하며 통상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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