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로또’ 참다랑어, 한순간에 ‘골칫덩이’로…“쿼터 초과로 전량 폐기”

최길동 기자 2025. 7. 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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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어민들 “기후변화 따른 제도 개선 시급… 제한적 유통 허용해야” 호소
기후변화로 어획량 급증했지만 제도는 제자리…“혼획 참치 유연한 대응 시급”
영덕 앞바다에서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무더기로 잡혔으나 쿼터 초과로 폐기되고 있다. 독자 제공

"눈앞에서 수억 원어치가 땅에 묻히는데,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7일 오전, 경북 영덕군 강구항. 참다랑어를 혼획한 A호 어선이 입항했지만, 위판장은 고요했다. 해상에서 건져 올린 100kg 이상짜리 대형 참치 수십 마리는 단 한 마리도 팔리지 못한 채 그대로 폐기됐다. 정부가 정한 연간 총허용어획량(TAC) 쿼터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폐기된 참다랑어는 1300여 마리, 총량은 100t이 넘는다. 통상 마리당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 고부가가치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상업적 유통은 물론 소비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들 참치의 용도는 가축 사료로 전환됐다.

영덕 앞바다에 쏟아진 '바다의 로또'가 한순간에 '골칫덩이'로 전락한 셈이다.

현장에서 참치를 바라보던 어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장주 B씨는 "수온 변화로 어장이 변하면서 어민 의사와 무관하게 대형 참치가 잡힌 것"이라며 "혼획까지 무조건 폐기하는 건 어민 생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영덕 앞바다에서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무더기로 잡혔으나 쿼터 초과로 폐기되고 있다. 독자 제공

강구수협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형 참치가 드물게 잡혔지만, 이렇게 대형 어종이 무더기로 쏟아진 건 처음"이라며 "냉동 설비 없는 연안 어선에선 해체가 늦어 상품성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에 잡힌 참치 중 일부는 1.5m에 달하고 무게도 150kg이 넘는다. 그러나 정부는 탄력적 예외 조항 없이 '전량 폐기'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늘어나는 참치 어획량과 줄어드는 쿼터 간 괴리다. 경북도의 2025년 참다랑어 쿼터는 11만kg으로 지난해(16만3922kg)보다 줄었다. 영덕군에 배정된 쿼터는 3만5780kg 뿐이다. 

그러나 지난 7일 기준 영덕군 쿼터량 소진은 이미 3만7592kg으로, 총배정량 4만7280kg(배정 3만7780kg+추가할당 9500kg)의 소진율 79.5%에 달한다. 특히 8일 기준 영덕군의 참다랑어 총어획량은 9만9192kg인 것으로 확인돼 많은 양이 폐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쿼터 초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울진·영덕·포항 등 동해안 참치 어획량은 2020년 3372kg에서 2024년 16만3921kg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덕 앞바다에서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무더기로 잡혔으나 쿼터 초과로 폐기되고 있다. 독자 제공

영덕군 관계자는 "고등어·정어리 등 먹이 어종이 동해로 이동하면서 대형 참치도 따라왔다"며 "기후변화로 조업 패턴이 달라졌는데, 쿼터는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정부에 어획 허용량 확대와 유연한 제도 개선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어민단체들은 "정치망 어장에 추가 쿼터 배정을 고려해야 하며, 혼획된 수산물에 대한 제한적 위판 허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산전문가들도 "남해 해수 온도가 30도에 달하는 등 한국은 이미 아열대화됐다"며 "기존 어획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해양환경 변화에 대응한 정책 유연성을 강조했다.

한편, 참다랑어는 국제수산기구(ICCAT) 및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규제를 받는 어종으로, 쿼터 초과 시 상업 유통은 물론 자가소비도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