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기호일보 2025. 7. 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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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는 한 판의 바둑과 같다." 바둑에서 한 수 한 수가 모여 전체 판을 이루듯 우리네 인생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빚어낸 결과이다.

또한 상대가 돌을 어디에 둘 것인지 완벽히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예상을 벗어난 변수들이 늘 존재한다.

이창호 또한 자신만의 바둑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어둡고 긴 터널을 직접 걸어 나온 후에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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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동국대 강사

"인생사는 한 판의 바둑과 같다." 바둑에서 한 수 한 수가 모여 전체 판을 이루듯 우리네 인생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빚어낸 결과이다. 또한 상대가 돌을 어디에 둘 것인지 완벽히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예상을 벗어난 변수들이 늘 존재한다. 이처럼 바둑은 우리 삶의 축소판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2025년에 개봉한 영화 '승부'는 인간사의 희로애락과 성장을 바둑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은 전주의 바둑 신동 이창호를 제자로 맞아 한집에서 살아간다. 스승의 혹독한 가르침 아래 성장하던 이창호는 화려한 공격형 바둑을 구사하는 선생님의 스타일이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느끼며 깊은 슬럼프에 빠진다. 그러나 오랜 연구 끝에 자신만의 길을 찾은 그는 무섭게 성장했고, 마침내 스승과 제자는 바둑 대회에서 공식적인 첫 대결을 펼치게 된다.

당시 세계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조훈현 9단은 이창호의 예상치 못한 기세에 밀려 충격적인 패배를 맛본다. 까마득한 제자에게 참패한 이 일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영원할 것 같던 그의 전성시대도 저물기 시작한다. 하지만 스승을 꺾고 최고의 위치에 선 이창호의 마음도 편치 않다. 조 9단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며 인연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작 그는 제자에게 연이어 패하며 크게 흔들린다. 그러나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린 그는 다시 한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결심을 하고, 이창호 9단과 전설적인 대국을 펼친다.

영화 '승부'는 바둑의 세계를 넘어선, 인간의 성장통을 다룬 작품이다. 때로는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떨어져 봐야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강자 타이틀을 유지하던 사람이 자신이 키우던 제자에게 꺾였을 때 느껴야 했던 수치, 고통, 좌절 속에서 조훈현은 바둑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존재의 위기에 봉착한다. 이때 그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자기 방어는 회피였다. 제자와의 대국을 피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맛본 절망의 시간 속에서 조훈현은 마음속 여러 번뇌를 내려놓고 바둑을 처음 접했던 초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밑바닥으로 떨어진 뒤에야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길도 모색할 수 있었다. 이창호 또한 자신만의 바둑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어둡고 긴 터널을 직접 걸어 나온 후에야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이처럼 영화 '승부'는 두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나락을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성장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듯이 가장 낮은 곳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올라갈 수 있음을. 패배와 절망이 때로는 가장 위대한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진리를 영화 '승부'는 명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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