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뉴스12]
2011년 이후, 1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줄곧 '자살'입니다.
자살률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유부터 알아야겠죠.
자살 징후를 되짚는 '심리부검'이 대책으로 거론되지만, 청소년 대상 조사는 여전히 더딘 상황입니다.
EBS는 국내 첫 청소년 심리부검 연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소리없이 무너지기 직전, 이 아이들은 어떤 신호를 보냈는지,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던 고등학생 3명이 함께 숨졌습니다.
성적도 우수했고, 학교생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평가였습니다.
인터뷰: 부산 OO고등학교 학부모
"(한 학생은) 우리 학교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고 되게 밝고 예쁜 아이였고 입시나 이런 거는, 학업의 스트레스는 실기가 우선이니까 그런 거는 늘 있었던 애들이라 추측할 수가 없어요."
EBS가 입수한 국내 유일의 청소년 심리부검 연구입니다.
자살한 청소년 36명의 부모를 정신건강 전문가가 심층 면담해, 사망 전 심리·사회적 상태를 복원한 겁니다.
조사 결과, 부모의 절반은 자녀가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성적도 10명 중 7명꼴로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인터뷰: 경북 OO고등학교 교장 (학생 사망 발생)
"모범적이고 저도 익히 너무 잘 아는 학생이었거든요. 그랬는데 학생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었고 또 성취하고자 하는 어떤 도전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었겠나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좀 많이 힘들었겠나라는 추측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은 못 했다는 거죠."
그런데, 겉으론 멀쩡해 보였던 이 아이들, 속으론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망 전 97%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 가운데 75%는 우울 증세를 보였습니다.
학업과 또래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각각 절반을 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위기의 징후를 가족이 알아차리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왜 아무도 몰랐을까.
연구진은 청소년의 성격 특성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합니다
자살을 선택한 청소년들의 경우 회피형과 순응형 성향이 두드러졌는데, 때문에 감정이나 고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들 중 97%는 사망 전 주변에 단 한 번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치료나 상담으로 이어진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정신건강 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경우는 절반도 안 됐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학생은 단 3명뿐이었습니다.
인터뷰: 홍현주 교수 /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부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을 많이 했는데 이전에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예요. 80%는 정말 표시가 안 나고 부모가 보기에는, 교사가 보기에는 별 문제없는 그런 친구들이 이제 우리나라 애들의 특성으로 지금 보이고 있거든요."
자해나 자살 시도 이후의 대응에 머무는 지금의 체계만으로는 조용히 무너지는 아이들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신호에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선제적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