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대통령’되는 길[뉴스와 시각]

김윤희 기자 2025. 7. 8. 11: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노무현'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뜨거웠다.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 후 국회에서 "저는 정치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명분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 저의 선택은 제 개인의 선택일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앞으로의 선택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길 바란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윤희 정치부 차장

‘노무현’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뜨거웠다. 부산에서 세 차례 낙선하던 ‘바보 노무현’부터 봉하마을의 마지막 유서까지, 불같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이라크 파병 결정도 그랬다. 파병에 반대했던 노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 등 외교적 위기가 이어지자 입장을 뒤집었다. 동지들이 차례로 등 돌리고, 노랑 풍선을 흔들던 지지자들은 욕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 후 국회에서 “저는 정치역정의 중요한 고비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명분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 저의 선택은 제 개인의 선택일 수 없다”고 했다. 끊었던 그의 담배는 다시 타들어 갔다.

‘노무현의 친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었지만, 철저히 민주당 당수로 자신을 자리매김했다. 적폐와 개혁, 친일과 반일, 부자와 서민으로 끊임없이 갈라치기 했다. 민주당이 자주 썼던 ‘토착 왜구’나 ‘적폐청산’이란 말에는 ‘나는 선이요, 너는 악’이라는 인식이 깔렸다. 퇴임 후 평산마을로 내려간 후에도 그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호국 보훈의 달인 6월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어준 콘서트와 서울국제도서전뿐이다. 김어준과 ‘형님’ ‘아우야’를 부르던 그는 여전히 그들의 대통령일 뿐, 우리의 대통령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통합을 동력 삼아 위기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한때 정쟁의 상징이었던 그에게는 한 번도 기대하지 못했던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대통령은 완고한 이념의 벽을 조금씩 두드리고 있다. 여당의 법안처리 속도 조절 요청이나 이례적일 만큼 빠른 여야 오찬 회동이 그렇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은 사람을 쓰는 데 진보, 보수를 따지지 않겠다는 인선 방침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대통령의 통합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정은 이편도 저편도 아닌, 철저히 ‘국익’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한일관계는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싸워도 왼손은 서로 잡는다”며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토착 왜구’를 외치는 강성 지지층을 설득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여당 동향이나 지지율이 아닌 국가의 장기적인 이해득실을 놓고 보고서를 써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적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석방해 정치적 화해를 이루고, 나라 발전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노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은 자신과 진영의 안위를 고려했다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대통령의 외로운 결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참모들의 치열한 고민과 국익 계산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앞으로의 선택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구성한 약육강식의 국제질서에서 실리를 위해 타협할 수 있는 용기, 지지층의 반대에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개인의 명분은 내려놓을 수 있는 담대한 길이라면 좋겠다.

김윤희 정치부 차장

김윤희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