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의 뿌리를 잇다… 풍천 임씨 종중, 44년 만의 ‘을사보’ 편찬
“후손 동빈 삼가 풍천 임씨 소간공파 을사보를 받들어 올립니다”
21세기 , 가족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다시 개인 중심 사회로 이동했다. 종중과 족보, 집성촌은 이제 낯선 용어가 됐고, 조상의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물음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 같은 흐름 시대흐름 속에 풍천 임씨 소간공파가 44년 만에 족보 편찬에 나선 것은 단순한 기록 작업이 아니다.
뿌리를 확인하고,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는 문화적 회복의 시도라 본다.
임동빈 종중 회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족보 편찬은 종중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후손들에게 가문의 자긍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1981년 신유보 이후 44년…을사보로 다시 쓰인 족보
이번에 편찬된 족보는 '을사보'로 명명됐다. 1981년 신유보 이후 발간된 정식 세보다. 이를 기획하고 계획, 실행에 옮긴 주체는 풍양 임씨 소간공파 종중이다.

대지 위에 세워진 회관과 봉안당, 정갈한 마당과 고즈넉한 주변 풍광은 단지 종중 건물을 넘어, 한 가문의 역사와 자부심을 말없이 증명한다. 풍천 임씨는 고려 말부터 양주 지역에 뿌리를 내려, 회암동과 율정동을 중심으로 600여년 째 집성촌을 형성해왔다.

#집성촌에서 이어온 명문가의 흔적
양주시 일원에는 현재도 약 500세대 이상이 풍천 임씨 종중 구성원으로 거주 중이다. 포천, 동두천, 남양주, 연천 등 경기 북부 전역으로 분포 범위도 넓어졌다. 회암사지, 율정동 고택지대 등에도 풍천 임씨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전통 제례와 종중회의, 후손 교육 등이 이어지며 집성촌 문화의 실마리를 지켜내고 있다. 집성촌은 지역 정체성과 전통 공동체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종중 운영과 지역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사라진 공동체를 되찾는 이름, 족보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개인화된 사회. 더는 '가문'이라는 단어는 현실의 중심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연결이 단절된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이들도 늘고 있다.
풍천 임씨 소간공파가 족보를 다시 엮은 이유는 명확하다. 단절된 계보를 복원하고, 사라져가는 공동체의 중심을 되살리려는 의지였다. 족보는 단순한 이름 목록이 아닌, 계보의 지도이자 공동체 정신의 집약체다. 사라진 집성촌, 잊힌 뿌리를 다시 잇는 작업은 명문가의 의무이자, 오늘날 가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다. 족보는 과거의 문서가 아닌, 현재를 증명하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1981년 신유보 이후… '을사보' 편찬
이번 족보는 '을사보'라는 이름으로 1981년 신유보 이후 44년 만에 편찬됐다.

소간공파는 이번 족보 편찬과 함께 인터넷 족보 시스템도 구축했다. 모바일과 PC를 통해 항렬, 계보, 인물 정보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국에 흩어진 종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인터넷 족보는 기록 보존을 넘어, 후손 간 소통, 종중 행정, 장학사업, 복지제도 운영의 핵심 기반이 된다.

#진서의, 조상께 올린 족보
"후손 동빈이 삼가 풍천 임씨 소간공파 '을사보'를 받들어 올립니다"라고 대치사관이 아뢴다. 지난 5일 오전 11시 양주시에 위치한 소간공(중시조 임유겸) 묘역에서 봉행된 풍천 임씨 소간공파 '을사보 진서의' 모습이다. 새로 편찬한 족보를 조상에게 올리는 의식으로, 차례 형식의 전통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진서의에는 종중 임원진과 각 지파 대표, 종원 70여 명이 참석해 조상께 예를 다하고 족보 편찬의 의미를 되새겼다. 진서의가 끝난 뒤에도 많은 종원들이 족보를 넘기며 선조의 이름을 다시 찾고, 가족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종원은 "핵가족 시대에 아이들에게 뿌리를 설명해줄 자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서의는 단순한 제례를 넘어, 세대간의 단절을 잇는 정신적 다리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 족보는 정신이다
풍천 임씨 소간공파의 이번 족보 편찬은 단지 한 가문의 정리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잊힌 공동체, 흐려진 혈통, 사라진 전통이 족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모였다. 그것은 곧 뿌리를 되찾는 일이며, 개인화된 시대 속에서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종중이 단지 제례의 기능만 가진 조직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사회적 단위로 작동할 때, 족보는 기록이 아니라 유산이 된다.
#임동빈 풍천 임씨 소간공파 종중회장 인터뷰
"을사보, 단절된 공동체를 잇는 지도"
▶종중회장이라는 자리는 무게감이 매우 크다. 조상의 뜻을 이어가고 종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담도 컸지만, 종원들께서 함께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잘 이끌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취임 당시 약속드렸던 소간공 인터넷과 서책 족보편찬, 종원들의 후생복지사업과 종중 수입 극대화를 위한 토지 임대와 개발사업에 역점을 두고 최선을 다해왔다. 모두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우선 족보 편찬에 집중해야 했다. 1981년 이후 후손 기록이 빠져 있었고, 일부 계보가 단절된 상태였다. 종중 운영 전반을 정리하고, 실질적 공동체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 과제였다.

-이번 을사보 편찬의 핵심 목적은.
▶혈통과 파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후손들에게 뿌리 의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족보는 단지 이름을 나열한 문서가 아니라 정신과 윤리를 이어가는 장치다. 종중 전체가 힘 합쳐 함께한 결과물이라 더욱 뜻깊다.
-향후 종중 운영 방향은.
▶인터넷 족보 시스템을 기반으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종원 간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학사업과 후생복지 제도도 구체화해 실질적 도움을 주는 종중으로 만들 예정이다.
-종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족보편찬이 마무리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종원들의 후생복지 향상과 종중 재산의 효율적 관리, 청장년 종원과의소통 확대같은 현안이 많다. 특히 인터넷 족보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문 정보를 더욱 체계화하고, 후손 교육이나 종중 장학사업도 확대해야 한다. 종중이 단지 의례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동체로 기능하도록 헌신하겠다. 족보는 조상을 정리하는 기록이 아니라, 후손이 함께 쓰는 역사다. 함께 지켜야 할 정신이 있으며, 종중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
양주=전정훈 기자 jjhun@kihoilbo.co.kr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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