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청춘이니까" 박보영-박보검, 그리고 문가영이 제시하는 청춘의 삶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청춘(靑春). 사전적 의미는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인식되는 청춘은 '계절'이 아니라 '인간'이다. 통상 10대 후반∼20대를 가리킨다. 정확히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거듭나는 시점, 부모와 학교의 품을 떠나 사회인으로 분류되는 시기,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는 때다.
청춘이라는 단어는 싱그럽다. 나이들면 모두 "그 때가 그립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청춘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 척박하고 황량한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최근 편성되는 드라마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배우 이종석·문가영이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서초동'이 지난 5일 첫 방송됐다. 서초동은 가장 많은 법률가들이 모여 있는 법조 타운이다. 특히 로펌들이 즐비하고, 그 안에는 학창 시절 공부깨나 했던 이들이 채우고 있다.
통상적인 법률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슈퍼맨이다.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재판을 뒤집고, 법으로 억울함을 푼다. 생소한 법률 용어를 줄줄 읊으며 판사를 설득하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변호사들은 이 시대의 히어로다. 하지만 '서초동'은 다른 곳에 방점을 찍는다. '전문직'으로서가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변호사를 다룬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법무법인에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어쏘 변호사' 5인방이다. 그들은 여느 월급쟁이처럼 서초동으로 출퇴근한다. 특히 문가영이 연기한 1년차 변호사 강희지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가족이 송사에 휘말린 후 "내 손으로 주변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법조인이 된다. 맞다.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거창한 꿈이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종석은 '서초동' 제작발표회에서 "통상 법조 드라마는 거대한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천하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서초동'은 죽고 사는 이야기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아직 2회까지 방송되지 않은 이 드라마에는 동료 변호사들이 모여서 같이 밥 먹고, 술 한잔 걸치는 장면이 다수 포진됐다. 법정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된 일을 끝낸 후 회포를 푸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들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된 직장인이자 청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초동'은 '변호사판 슬의생'이라 불릴 만하다. 앞서 tvN에 편성됐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들을 활약상을 보여주지만, 동기 의사들이 함께 밴드를 구성하고 서로의 삶에 깊게 관여하며 연대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공감을 샀다. 직업군만 다를 뿐, 결국은 사람사는 이야기였다. 어떤 청춘은 일용직일 수 있고, 또 다른 청춘은 정규직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청춘은 전문직일 뿐이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그들 모두 출발선에 서는 마음은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불안한 청춘이다.

이런 청춘의 단상은 앞서 방송된 tvN '미지의 서울'과 JTBC '굿보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고 서른 살 미지(박보영)는 말하곤 한다. '미지'(未知·아직 알지 못함)라는 이름은, 열심히 살아가지만 여전히 세상을 알 수 없는 청춘을 의미한다.
청춘이 힘든 이유는 '비교' 때문이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는 항상 적이다. 나보다 잘났고, 나의 근거리에 있는 동년배들이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미지는 외모를 제외하면 모든 게 자신과 다른 쌍둥이 언니 미래(박보영)이 부럽고 또 질투 난다. 하지만 막상 "맞바꿔 살아보자"는 제안을 받은 후 미지가 경험한 미래의 삶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더 안정된 직장에서 고소득을 올린다고 생각한 언니의 삶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즉 나의 삶을 그리 타박할 필요도 없고, 남의 삶을 그리 부러워 할 필요도 없다고 '미지의 서울'은 넌지시 조언한다.

'굿보이'는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특채 경찰이 된 청춘들의 삶을 그린 청춘 수사극이다. 한 때 복싱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린 윤동주(박보검)을 비롯해 사격 지한나(김소현), 펜싱 김종현(이상이), 레슬링 고만식(허성태), 육상 신재홍(태원석) 등 모두 메달리스트로서 각광받았으나 이제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청춘으로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태극마크를 달고 내로라하는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메달을 움켜쥔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초인적인 가진 셈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특채'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메달을 목에 걸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기는 모두 '과거'일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밖에 몰랐고, 운동 외에는 사회화가 덜 된 설익은 청춘의 눈 앞에 닥친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두드리면 열리듯, 그들은 좌충우돌하며 돌파구를 찾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상처입으면서도 함께 앞으로 나가는 수많은 청춘들이 있다. 그리고 긴 터널 끝에는 항상 출구가 기다리고 있다. '서초동', '미지의 서울', 그리고 '굿보이'가 청춘을 향해 던지는 공통적인 위로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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