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전설에서 수산인으로”…양준혁, 포항 구룡포에 뿌리 내리다

서의수 기자 2025. 7. 8. 09: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상낚시터·횟집·카페 결합한 ‘카페 동끝’ 운영…머무는 관광지로 지역살리기 앞장
“방송 다 내려놨습니다… 포항이 살아야 의미 있어요” 지역 상생의 철학 밝혀
양준혁 대표가 직접 기른 방어를 들고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양준혁이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통산 최다 출루 기록을 보유한 그가 이제는 '수산인'으로서 해양 복합 공간 '카페 동끝'을 운영하며 지역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20년 전 지인의 광어 양식장에서 우연히 본 바닷가 풍경이 그의 인생 2막을 열게 된 계기였다.

△야구에서 바다로, 제2의 인생을 건 해양 복합 공간

양준혁은 야구 선수 은퇴 후 해설위원과 방송인으로 15년을 활동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정체감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대방어 양식에 성공했을 때 확신이 들었어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걸"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결국 형에게 맡겼던 어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모든 방송과 해설 일정을 정리했다.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로 내려왔어요. 야구 해설도 다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이 공간을 직접 키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라고 양준혁은 단순한 전환이 아닌 진정한 새 출발임을 강조했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 동끝'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낚시터, 활어회 횟집, 민박과 연결된 복합 해양 공간으로, 낙후된 시설을 하나씩 손보며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카페 내부는 전면 바다를 향한 구조로 설계돼 해돋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이곳이 진짜 동쪽 끝입니다" - 포항의 숨겨진 보석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입니다. 호미곶보다 더 동쪽에 있는 진짜 동쪽 끝이죠"라고 양준혁은 이 지역의 특별함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지형적 특성을 활용해 '해맞이 관광지'로 브랜드화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카페 옥상 전망대에서는 해돋이를 직접 볼 수 있고, 카페 아래 해상 낚시터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낚시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잡은 생선을 인근 횟집으로 가져가 회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은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양준혁 대표(왼쪽 여섯번째)가 '동끝 바다 낚시터 & 카페' 개장식에서 지역 관계자들과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혼자 잘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사는 것" - 지역 상생의 철학

양준혁은 자신의 사업이 구룡포만 잘되는 것이 아닌, 지역 전체가 살아나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야구는 팀플레이라는 걸 평생 배웠어요. 지역도 마찬가지예요. 다 같이 잘살자는 거죠"라고 그는 지역 상생의 철학을 밝혔다.

카페와 낚시터, 횟집 외에도 그는 인근 민박과 카라반 숙소, 로컬 식당 등과의 협업을 강화해 왔다. 손님이 묵을 숙소가 없으면 인근 업소를 연결해주고, 회를 썰어주는 횟집도 소개해준다.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구룡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철조망 너머의 18년 - 행정에 가로막힌 현실

양준혁의 가장 큰 고민은 '동끝' 관광지 활성화를 위한 안전 인프라 부족이다. "18년 동안 난간 하나 놓아 달라고 시에 말했어요. 아직도 안 됩니다"라고 그는 행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당 지역은 개인 사유지가 아닌 국가 해수면으로, 양준혁은 일정 기간마다 임대 허가를 갱신하며 정당하게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간 설치 등 안전 조치는 행정적 지연으로 답보 상태다. 그는 "양준혁이니까 특혜 줄까 봐 주저하는 거라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카페 '동끝' 파란색 건물 외관 앞에있는 양준혁 대표

△"방송보다 이 일이 좋다" - 제3막, 수산인으로서의 삶

양준혁은 이제 완전히 야구계에서 손을 뗐다. "야구도 방송도 다 정리했습니다. 이젠 수산인입니다"라고 그는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카페 운영뿐 아니라, 해상 낚시터에 방류할 어종도 직접 관리하며, 구획 설계까지 손수 한다. "형에게 맡겼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제 손으로 해야 마음이 놓입니다"라고 그는 직접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족, 팬, 지역...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양준혁은 카페와 낚시터를 하나의 가족형 관광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도우미가 바늘을 끼워주고, 초보자도 쉽게 고기를 낚을 수 있도록 설정한 이 공간은 '실내 낚시터 수준'의 손맛을 자랑한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든 잡은 고기로 한 상 차릴 수 있어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회 한 점을 먹고, 커피로 마무리하는 관광 루틴은 이미 가족 단위 관광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포항을 포기할 수 없다" - 사명감으로 버틴 시간

양준혁은 포항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내 땅도 아니고, 내 이익도 아닌데도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요? 포항을 살리고 싶으니까요"라고 그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구룡포가 단지 '지나치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는 여행지'가 되길 바란다. "해맞이부터 낚시, 회, 커피까지 이어지는 체류형 벨트를 만들면, 구룡포는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비전을 제시했다.
 
카페 '동끝'의 시그니처 컵을 들고 커피를 마시는 양준혁 대표.

"선수 시절 전력 질주했듯, 지금은 구룡포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선 아침마다 해가 제일 먼저 뜨니까, 하루도 먼저 시작하게 됩니다"라고 양준혁은 말했다.

낚싯대 대신 관광객의 손을 맞잡는 양준혁. 그는 단순히 '야구 전설'로 기억되기보다, 지역을 살리는 '수산인 양준혁'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의 인생 3막은 이제 막 첫 배를 띄운 참이다. 20년 전 우연히 본 바닷가 풍경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이제 그는 그 바다에서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