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 외부세력 경영권 공격 우려도[10문10답]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
‘3%룰’ 대주주 영향력 대폭 축소
유예기간 거쳐 1년 뒤 시행 계획
與, 집중투표제 등 추가입법 예고
소액주주 이사회 진입 가능성↑
재계 “투기자본 먹잇감 될수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장치 필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2022년 처음 발의된 이후 3년여간의 논란 끝에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바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반대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상법 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셌던 만큼, 법 시행 이후 기업 경영 환경 등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경영권 약화와 외부 세력의 경영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추가 입법을 통해 상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 통과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분석한다.
1. 이번에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를 포함해 확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사는 회사 전체의 이익뿐 아니라 개별 주주의 이익에도 충실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됐다. 이 조항은 법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행된다. 또한, 감사위원 선출 시 사외이사·사내이사 구분 없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도입됐다.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3% 룰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등이 포함됐다. 다만 최초 발의된 개정안에 함께 포함됐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은 처리되지 않고, 향후 청문회 및 공청회 등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2. 상법 개정안 추진 배경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핵심이다. 일부 기업에서 대주주 중심 경영으로 소액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진 게 배경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주식이 유사한 외국 기업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낮은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했고, 이는 곧 자본 유출과 주가 저평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상법 개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 최근 코스피 급등이 상법 개정 때문인가
상법 개정안 통과 전후로 코스피 지수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강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배당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기대 역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 상승 없이 단기적 기대감만으로는 주가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법 개정이 기업의 실적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대감에 의한 주가 상승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기업 실적과 자본시장 구조개혁의 실제 이행 여부, 그리고 글로벌 경기 상황 등이 코스피 추가 상승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4. 거부권 등 논란이 많았던 이유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소송 남발과 경영권 약화, 외부 세력의 경영권 공격 용이성 등으로 요약된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가 아닌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 이사의 경영판단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주주들이 이사들에게 손해배상·배임죄 고발 등의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진이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과감한 투자나 혁신적 경영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단기적이고 보수적인 의사결정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사가 다양한 주주들의 이익을 모두 확인하고 합치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중장기 전략 수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내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실현보다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대표적인 우려 사항이다.
5. ‘3% 룰’로 더 세진 법안이라는 이유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지난 정부에서 발의된 항목에 3% 룰이 추가됐다.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이 사외이사까지 확대 적용됐다. 기존에 사외이사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개별 3% 제한이었다. 이로 인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연합해 외부세력의 감사위원 선임을 견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다. 재계는 3% 룰이 시행되면 외국계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이사회 내 외부 감사위원 진입이 쉬워지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부 경영 정보 유출 등의 위험 요소가 커졌다는 평가다. 감사위원은 언제든지 영업 보고를 요구할 수 있으며,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어 외부 세력이 선임될 경우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3% 룰이 적용될 경우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외부 세력의 이사회 진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6. 여당이 추가하겠다는 법 조항은
여당은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추가 입법을 예고했다. 김병기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도 공청회를 열어서 의견을 수렴한 후 7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합의 처리를 위해 당초 법안에서 빠졌던 조항도 추가로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선임하려는 이사 후보에게 자신의 의결권을 집중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모든 주주는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도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사 중 일부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 일반 이사 선출과 별도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제도다. 이를 확대할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진다.
7. 재계가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반대하는 이유는
재계에서는 경영권 불안과 외부 세력의 경영 개입 가능성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이미 통과된 3% 룰과 결합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해 감사위원은 물론 이사까지 차지하고,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실제 ‘3% 룰’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모두 적용될 경우, 국내 30대 기업 중 8개사(26.7%)가 외국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 바 있다. 100대 기업으로 확장할 경우 19개사(19.0%)로 늘어났다. 이사회의 절반이 넘어가지 않더라도 경영권 간섭이 심화할 수 있으며, 또 집중투표제로 선임된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만 대변해 이사회 내 파벌 다툼, 의사결정 지연 등 경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8. 해외 주요국의 운영 사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조항은 미국 델라웨어주가 유사하게 운영해 왔지만, 국내와 달리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 델라웨어는 경영진의 재량권이 매우 넓고, 충실의무·주의의무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있으면 경영 판단이 폭넓게 존중된다. 그러나 델라웨어주조차도 최근 부작용이 늘어나자 경영진의 재량권과 경영판단의 원칙 관련 판례 및 기준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회사법을 지난 3월 개정했다. M&A나 주식 발행 등 각종 기업활동 과정에서 주주들의 소송이 빈발하자 델라웨어주 소재 일부 기업들의 본사 이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3% 룰)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집중투표제를 회사법에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중국, 대만, 칠레, 멕시코 등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했지만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M&A 부작용 경험으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전환했다. 일본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주주 간 파벌 싸움과 경영 효율성 저하를 이유로 1974년 집중투표제 실시를 회사 자율에 맡겼다.
9. 보완 입법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개정된 상법이 시행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지만,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국내엔 없기 때문이다. 해외처럼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나온다. 델라웨어주는 주주충실 의무가 규정되어 있으나 각종 경영권 방어수단이 보장되어 있고, 판례를 통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적대적 M&A 시도에 대응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포이즌필’, 주식마다 의결권 수를 다르게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소수의 주식만으로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이나 특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황금주’ 등도 거론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멕시코(포이즌필·차등의결권), 칠레(차등의결권), 러시아(외국인투자제한·황금주) 등이 도입하고 있다.
10. 소액주주 권익 보호의 실질적 방안은
상법 개정안의 취지인 소액주주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등 별도의 법률을 통한 핀셋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강화, 주주총회 참여 기회 확대 등이 실질적 권익 보호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합병·분할 등 주요 자본거래 시 이사회 주주 보호 의무를 명시하는 방안, 상장사 합병 시 합병비율 산정 기준을 기존 시가(주가) 중심에서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 등 공정가액을 반영하는 방식의 보완, 합병·분할·주요 영업 등 중요한 자본거래 시 이사회 의견서와 외부 평가기관 평가 등의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있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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