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신드롬 불길"... 4대 대작 국내 최초 완역한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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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백치', '악령'에 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10년간 대장정 끝에 국내 최초로 4대 대작을 번역해낸 김정아(56) 번역가는 7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번역으로는 최고의 성실한 번역"이라고 자부했다.
그의 편역본을 본 박영률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대표가 "도스토옙스키와 번역가 간 영혼의 스파크가 느껴진다"며 4대 장편 번역을 제안했고, 2021년 '죄와 벌'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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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패션업체 CEO, 세 아이 엄마
18세 때 도스토옙스키에 빠져
"도 선생 문학 정수는 '연민'"

'죄와 벌', '백치', '악령'에 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소설이 한 사람의 번역으로 국내 출간됐다. 한 작품만 해도 대하소설 분량인 도스토옙스키의 4대 대작을 한 명이 번역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10년간 대장정 끝에 국내 최초로 4대 대작을 번역해낸 김정아(56) 번역가는 7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번역으로는 최고의 성실한 번역"이라고 자부했다.
도스토옙스키 사랑한 여고생, 4대 장편 단독 번역하기까지
"도 선생(도스토옙스키)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서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첫손에 꼽는다. "이 작품 안에 '죄와 벌', '백치', '악령'이 다 있다"며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이 잇닿아 있는 총합이자 마스터피스"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18세 때 대입 논술 시험을 준비하면서 '죄와 벌'을 처음 읽고 "도스토옙스키와 사랑에 빠져" 서울대 노문과에 진학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논문도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에 대해 썼다. 2011년 도스토옙스키 단편소설 '온순한 여인·우스운 사람의 꿈'을 옮긴 이후 편역본을 여럿 선보였다. 그의 편역본을 본 박영률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대표가 "도스토옙스키와 번역가 간 영혼의 스파크가 느껴진다"며 4대 장편 번역을 제안했고, 2021년 '죄와 벌'이 출간됐다. 이후 '백치'(2022)와 '악령'(2023)이 연달아 나왔다.

김 번역가는 "오후 8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에 일어나 번역을 했다"며 "4대 장편 번역에 들인 시간만 도합 10년이 된다"고 했다. 패션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겸하면서 이뤄낸 결과인 점은 더욱 놀랍다. 적당한 타협 없이 마라톤 뛰듯 한 작업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일어 중역을 했거나 오역이 많았던 기존 번역서의 오류를 모두 잡아냈다는 게 그의 자평.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웨터를 한땀 한땀 뜨는 심정으로 한 번역의 질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도스토옙스키 전도사 "도 선생 신드롬 불기를"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는 '소스트라다니에(연민)'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조시마 장로의 입을 통해 '사랑하라, 연민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도스토옙스키는 화장실조차 없어 인간이 짐승처럼 변하는 감옥을 4년 겪고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도스토옙스키는 금서였던 벨린스키에게 보내는 고골의 편지를 낭독했다가 1849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시베리아로 끌려가 4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계형 작가였던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지병인 뇌전증을 물려받은 세 살배기 막내아들을 이 소설 집필 초반에 잃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들을 소설 속 모두에게 사랑받는 알료샤로 되살려 낸다.

김 번역가는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쇼펜하우어 열풍'을 몰아내고 도스토옙스키 신드롬으로 바꾸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경제적으로 부유해 염세주의자가 될 이유가 없었던 쇼펜하우어는 도스토옙스키에 비해 얕다"는 설명.
지만지는 이 책의 보급판과 함께 35만 원 상당의 고급 한정판 300권도 내놨다. 고급 양가죽 장정으로 표지와 케이스에는 24K 금박 문양을 찍었다. 앞서 '죄와 벌'의 가죽장정 한정판 100권은 출시 열흘 만에 매진된 바 있다. 김 번역가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문화 확산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푸시킨 메달' 후보에 올랐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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