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 하듯 포클레인으로 긁어내는 게 서귀포시 습지 정비인가

오은주 2025. 7. 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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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습지 정비 사업이 습지를 없애고 있어...망가진 성산 사려물

지난 2023년 '성산읍내륙습지조사팀'을 만들고 3년째 성산읍 내륙 습지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가 지금 이대로 지켜졌으면 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2023년에는 50여 군데의 습지를 16차례를 조사해 결과물을 가지고 전시회도 열었다.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도 시민들과 함께 하며, 습지의 사계절을 기록해 나갔다. 올해는 4월 6일 1차 조사를 시작으로 6회 습지조사를 진행했다.

7월 6일, 삼달리 습지 네 곳을 조사하고 난산리의 사려물로 가는데 깜짝 놀랄 모습이 등장했다. 마치 다른 습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가까이 가보니, 포클레인 자국이 용암빌레에 수없이 나 있었다. 심지어는 암반이 깨진 흔적도 있었다. 습지 안의 암반이 드러나 있었다. 한창 꽃을 피울 준비를 할 연꽃도, 갈대도 기장대풀도, 송이고랭이 등도 하나도 없이 잘려 나가 습지 식물이 온데간데 없었다.
2023년 7월의 모습 / 사진=오은주
2024년 7월의 모습 / 사진=오은주
2025년 7월의 모습 / 사진=오은주
빌레용암에 보이는 포클레인 자국과 깨진 흔적 / 사진=오은주
빌레용암에 보이는 포클레인 자국과 깨진 흔적 / 사진=오은주

약 한 달 전인 6월에 전화로 문의했던 지질학전문가 지인이 생각났다. 지인은 사려물 위치를 알고 있고, 그 곳이 수산동굴 바로 옆이라고 강조하며 현장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장 확인에 도움이 되고자 '제주 수산동굴 종합 정비 기본계획 수립용역 보고서(2023)'를 공유했다. 며칠 후 지인이 서귀포시청에 의견을 제출했다면서 내게도 공유했다.

-본 지역의 대표적인 용암동굴인 수산동굴 상류 구간이 본 사업지의 북측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사려물 습지는 전에 정비공사를 한차례 시행한 적이 있으며 현재 쉼터 등으로 일부 조성되어 있다.

-사려물 습지의 지표면에는 수산동굴을 만든 용암류인 빌레용암류가 노출되어 잇어 보존이 필요하다. 또한 지하의 수산동굴 천정은 동굴을 가로지르는 도로이기 때문에 낙석이 심하여 이에 대한 보호대책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제주에서 용암동굴 상부 지표면에 발달된 습지는 빌레용암류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서 보존가치가 높다. 인근에 있는 수산한못은 물론 보존가치가 뛰어난 이 습지는 인공적인 준설이나 조성공사는 되도록 하지 않은 게 좋다.

-따라서 본 사업은 반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되며, 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요구된다고 판단된다.

그분이 서귀포시청에 전달한 글은 이런 내용이었다. 의견을 받은 서귀포시는 기존 계획을 보류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려물은 유건에오름 북쪽에 있는 제2급수지로 옛날에는 우마와 식수로 이용하였던 곳이다. 주소는 난산리2275번지와 난산리 2275-1번지를 두고 있다. 지목은 임야이고, 난산리 마을회 소유이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수산동굴'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 수산동굴 종합정비 기본계획 수립용역보고서(P27. P51), 21번이 사려물이고 수산굴이 지나는 지역이다. / 사진=오은주
사려물에 드러난 빌레용암류 지형의 모습 / 사진=오은주

수산동굴은 천연기념물 467호이다. 수산동굴은 대형 용암동굴로 용암석주, 3층구조, 용암선반, 용암종유, 용암교, 지굴의 발달 등 각종 미지형 및 생성물들이 잘 발달돼 있다. 또한 제주도 형성사를 밝힐 수 있는 석영 포획물이나 여러 화성암으로 구성된 포획암들이 다량 산출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수산동굴은 빌레못 동굴(9020m)과 만장굴(7400m)에 이어 제주에서 세 번째로 긴 동굴이다. 그동안 총 길이 4520m, 폭 30m로 알려졌었다. 이번 조사 결과 길이는 4850m로 나타났다. 종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330m 더 길어진 것이다. 그 후 20일도 지나지 않았다. 사려물의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같이 습지 조사를 갔던 시민들도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습지 주변 정비사업이란 미명하에 토목공사 하듯 모두 긁어내 버리면 그만인 것일까? 습지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절대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포클레인이 들어가 긁어버리는 식의 습지 주변 정비사업은 절대 하면 안된다.

요즘 습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사실이다. 그렇지만 습지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습지는 지켜질 수가 없다. 습지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식물과 곤충, 새들도 함께 사는 공간이다. 
성산읍 내륙습지조사팀 오은주. 사진=오은주. ⓒ제주의소리

예산만 주면 그만이라는 행정의 태도가 이런 상항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습지 주변 정비사업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면 빠른 시일 내에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습지 주변 정비사업에 대한 현황조사도 필요하다.

사려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으로써 아픈 마음을 애써 눌러 본다. / 성산읍내륙습지조사팀 오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