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거대한 성공이 끝나고 남은 건 '사람'이었다"

김지호 인턴기자 2025. 7. 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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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3개국 1위, 신드롬 중심에서 그가 얻고 느낀 것들
시즌2·3 결말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배우로서 책임감에 대하여
사진 제공 넷플릭스 

[우먼센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시즌3을 끝으로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주인공 성기훈을 마주한 지도 약 4년. 그 사이 시즌1은 넷플릭스 역대 TV쇼 중 최대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성기훈 역의 배우 이정재(52세)는 아시아 국적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지난 27일 폭발적인 기대감 속에 마지막 시리즈가 공개돼 많은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우먼센스>가 배우 이정재를 만나 작품 결말에 대한 논란과 성공에 대해 물었다.

"'이걸 여기서 멈춘다고?' 황 감독 용기에 감탄"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의 후속편.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시즌2ㆍ3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정재는 "너무 궁금해서 끝부분부터 볼까 하는 충동이 있었지만, 재밌는 건 아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참았다"며 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간 그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바로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과 그 행동 때문이다.

그는 "'<오징어 게임>을 그토록 많이 좋아해줬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결말일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첫 번째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이 그를 덮쳤다. 작품의 구조와 시즌제 편성 때문이다. 그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시즌2와 3을 나눌 계획은 없었고, 시즌2가 총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었다. 결국 2개의 시즌으로 나뉘었지만, 이정재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여기서 끝맺기로 한 황동혁 감독의 결정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이 같은 선택에 이정재는 "남들 같으면 이 성공한 프로젝트를 길게 끌고 가서 글로벌하게 오래 하고 싶었을 것이다. 헌데 이걸 여기서 딱 잘라버리더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그게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느낀 감정은 '이 사람은 진짜 '작가'구나. 이걸 비즈니스가 아니라 온전한 작품으로 생각하는구나'였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완결을 통해 메시지를 정리하고, 그 메시지로 시청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며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정재는 시즌3를 끝으로 더이상 <오징어게임>을 만나볼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대중들은 미국판 <오징어게임>, 즉 시즌4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에 넷플릭스와 황동혁 감독은 아직까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정재가 말한 '용기'는 작품의 결말과도 맞닿아 있었다. 성기훈이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결말은 흔히 말하는 '사이다'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고구마를 먹어 목이 메는 것처럼 답답하고 이해하기 힘든 선택일 수 있다. 극에서 연기하는 배우도, 그리고 이 작품을 만든 감독도 분명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정재는 "그 결말이 흥행을 담보하고 대다수가 좋아할 만한 엔딩이 아니라는 건 영화판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더군다나 황동혁 감독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든 사람이다. 대중이 뭘 좋아하고 무엇에 호응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본인이 말하고 싶은 작품의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면서도 '내 작품은 이렇게 완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선택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문제적인 결말을 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이런 시도가 오히려 신선하고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상업적인 성공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로서 메시지를 관철한 황동혁 감독의 선택에 깊은 존중을 표했다. 이정재는 "완벽한 상업 쇼 드라마인데, 엔딩을 예술성 있는 작가주의 엔딩으로 끝내는 느낌이었다"면서 "그 시도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일반적인 영화 투자배급사가 있었다면 아마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걸로 100만 관객 차이 난다'면서 결사코 반대했을 것이다"며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오겜' 덕분에 한국 콘텐츠 찾는 글로벌 팬 많아졌다" 

2021년 가을, 세계는 하나의 시리즈에 열광했다. 94개국 넷플릭스 1위, 비영어권 시리즈 역대 최고 시청 시간. <오징어 게임>이 세운 기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중심에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번 참가자 성기훈이 있었다. 배우 이정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열기를 떠올리면 "너무 감사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이정재는 "넷플릭스에서도 최고 레코드였다. 4년이 지났지만 그 기록을 넷플릭스 자체적으로도 깨지 못하고 있다. 그런 기록을 한국 콘텐츠가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더 기분 좋은 건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다른 한국 콘텐츠는 뭐가 더 있어?'라며 다른 콘텐츠를 찾아보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큼이나 얻은 것과 잃은 것도 많지 않았을까. 황동혁 감독이 6년간 '치아 10개를 잃고 임플란트 10개를 얻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이정재에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그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그는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를 얻었고 황동혁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인 김지연 퍼스트맨스튜디오 대표님, 함께했던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얻었다. 또 작품의 성공으로 인해 정말 많은 나라의 팬분들이 생겼고, 결국 '사랑'을 얻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오래 살다 보니까 사람이 중요하다는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가 정말 맞다는 걸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프로모션을 돌며 팬들의 열기를 직접 체감했다. 코스튬을 입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팬덤 문화였다. 그는 "어떤 분은 부족하게, 어떤 분은 재밌게 보셨겠지만, 그냥 이 자체를 즐기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팬들의 열기만큼이나 그를 놀라게 한 건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그는 "행사를 이렇게 크게 할 수도 있나 싶어 놀랐다. 단순히 규모가 큰 것을 넘어,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물론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를 성공시키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데 자기 비용을 그렇게 쓴다는 게 고마운 느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대규모 이벤트의 마지막은 서울 광장이었다. 이정재는 "올림픽 선수들이나 할 법한 카퍼레이드를 우리가 해도 되나, 시민들이 불편해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행사 당일의 습한 날씨에 고생했을 스태프들을 염려하는 모습에서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연기하면서도 참 슬펐다"... 이정재가 말하는 기훈의 서사 

성기훈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시즌1에서 그는 아내와 딸에게 외면받고, 늙은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는 철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오징어 게임 안에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실수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정재는 바로 그런 '인간적인' 면에 주목했다.

그는 "시즌1 초반 기훈은 자기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는 인간의 그릇된 습성을 보여준다. 상우를 죽이려다가 새벽의 만류로 포기하기도 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극한 상황에 몰리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가슴 아팠다"고 평가했다. 이정재의 이런 평가는 기훈이라는 캐릭터의 복합성을 잘 보여준다.

시즌3에서 프론트맨이 칼을 건네며 "살고 싶으면 저들을 다 죽여라"고 유혹할 때, 기훈은 또 다시 흔들린다. 그 순간 새벽의 환영이 나타나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이정재는 이 장면을 기훈의 양심이 되살아나는 중요한 순간으로 해석했다.

이정재는 "이미지로는 새벽이가 나왔지만, 사실 그건 한 번 실패했던 기훈의 양심이다. 그 중요한 계기를 겪고 이겨내서 마지막에 아이를 구하는 선택까지, 시즌1부터 이어진 기훈의 감정 서사는 정말 깊고 세밀하다. 그 서사를 이해한다면, 우리 내면에 늘 있었던,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도 느꼈던 인간의 본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참 슬펐다"고 전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딸 가영이를 만나러 갈 기회를 포기하고 아기를 살리는 기훈의 선택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정재는 "시청자 각자의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훈의 입장에서 또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는 "'내가 아기를 버린다고 해서 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그것도 나름의 논리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버전의 결말에 대해서는 황동혁 감독이 초기부터 기훈이 생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정재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캐릭터의 피폐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14개월간 다이어트를 했고 촬영 막바지에는 며칠간 물만 마시며 감정을 다잡았다. 그는 "그 장면 하나를 하루 종일 찍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버전, 또르르 흘리는 버전, 참는 버전, 웃는 버전 등 다양하게 찍었다. 저도 감독님도 현장에서 '이거다'라고 단정 지을 용기가 없었다. 워낙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분명히 논란이 있을 테니, 우리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될 때까지 해보겠다" 

<오징어 게임>은 이정재에게 '밈(Meme)'이라는 새로운 경험도 안겨주었다. 영화 <신세계>의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영화 <암살>의 "구멍이 두 개지요", 영화 <관상>의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등 온라인에서 유행어가 됐을 때 그는 "내가 연기를 잘못했나, 조롱거리가 됐구나"라며 충격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이정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재미있게 봤다는 표현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이번엔 없나?' 하고 은근히 바라고 있을 정도"라며 미소 지었다.

지난 3년 그는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하고, 동양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의 제다이 역할을 맡는 등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리는 걸까. 그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이정재는 "선배 배우로서의 책임감 같은 게 조금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좋은 기회와 행운으로 제 영역이 넓어진 건 사실이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은 많은 경험들을 동료 배우들, 영화인들과 꼭 나누고 싶다"며 "그래서 다음 성공은 꼭 그들이 했으면 좋겠고, 그것이 계속 이어져서 지금 많이 위축된 한국 영화 시장도 다시 회복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직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인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해 미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정재는 "예전에는 어떻게든 그들과 얽혀서 뭔가를 해보고 싶어도 잘 안됐는데, 지금은 그들이 우리를 원한다"면서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다. 쉽지는 않겠지만, 될 때까지 한번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해 자신만의 서사를 쌓아가는 배우. <오징어 게임> 이후 이정재의 시간은 한국 콘텐츠의 미래와 함께 더욱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 성기훈에서 벗어난 이정재의 차기작은 임지연과 함께하는 tvN 드라마 <얄미운 사랑>이다. 로맨스 장르로 돌아오는 배우 이정재가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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