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2025. 7. 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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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대전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2022년 말, 미국 오픈AI(OpenAI)가 공개한 'ChatGPT'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인공지능의 일상화를 가속화시켰다. 단순히 정보 검색을 대신하는 도구를 넘어, 텍스트와 이미지, 음악 등 창작 영역에서 인간과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의 등장은 예술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지금 예술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 '창조의 주체'라는 예술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 환경과 제도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디지털 전환 추진계획'은 '문화의 디지털 격차 해소'와 함께 'AI 기반 콘텐츠 창작 지원'을 주요 전략으로 명시했다. 이는 단순히 예술인을 위한 기술 교육을 넘어, 새로운 창작 도구로서 예술 생태계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는 ChatGPT, Midjourney, AIVA 등의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창작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GPT 언어 모델로 공동 창작한 시집이 서점에 유통되고 있고, 프랑스의 작곡 플랫폼 'AIVA'는 상업 음악 시장에서 실질적인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술 분야에서는 AI 기반 데이터 설치 작가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이 뉴욕 MoMA 등 유수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가며,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예술적 주체로 다루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유관 기관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예술 융합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역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실험과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아티언스 대전' 프로젝트는 정부출연연 과학자와 예술가가 협업해, 인공지능 기술을 예술 표현에 접목하는 실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AI 텍스트 생성, 이미지 합성, 음향 편집 등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직접 다뤄보며,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티언스 대전'은 특히 지역 예술계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한 축으로서,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창작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여건 속에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실험은 대전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문화예술 AI 융합 모델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창작물을 생성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원본 콘텐츠에는 저작권과 창작자의 권리가 얽혀 있다. 이로 인해 생성형 AI의 법적 소유권, 인간 예술가의 역할과 책임 등 복잡한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이러한 논의는 예술의 창작 주체성과 책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4년부터 '문화예술 AI 창작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 디지털 뉴딜 2.0'을 통해 AI와 메타버스 기반의 창작 환경 조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예술 생태계 전반의 인프라 전환과 공공의 역할 확대를 의미하는 중요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예술가, 과학자, 기획자 등이 협업하는 거버넌스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예컨대, AI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서는 예술가가 창작 방향을 설정하고, 과학자는 기술적 구현을 담당하며, 기획자는 전시와 관객 소통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협업 구조는 AI 시대 예술 창작의 지속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의 기술과 함께 진화해 왔다. AI라는 새로운 도구 앞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박종현 대전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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