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기술특례상장이 필요할까

매출이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주식시장에 상장을 시켜주는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2021년 31개, 2022년 28개, 2023년 35개, 2024년 42개, 2025년 7월 초까지 14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되었다. 20년 동안 260개가 넘는 기업이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다. 최근에는 일반상장보다 오히려 특례상장이 많아지면서 특례라는 용어가 어색할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초기에는 바이오 업종에만 한정되었으나, 2016년부터 대상 업종이 확대되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력과 미래 전망은 밝으나, 상장에 필요한 재무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쉽게 상장하여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05년 3월에 도입됐다. 혁신기업을 지원하여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제도다. 기술 혁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자기자본 10억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 원 이상의 요건만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기술특례 기업은 상장 심사 전에 '기술평가기관' 2개에서 기술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논문이나 특허 등을 감안하여 등급을 매기는데, A 등급 및 BBB 등급 이상이 나와야 심사 청구 자격이 생긴다. 딥테크 기업의 경우, 한 곳의 평가기관에서 A 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기술특례상장이 혁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연구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지만,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미래 시장성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해 '뻥튀기 상장' 또는 '사기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에 있었던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또다시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얼마 전 상장이 폐지되었고, 추가로 1개 회사가 상장폐지 결정이 난 상태이며, 9개의 특례상장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023년 3만 1000원의 공모가로 특례상장한 파두는 상장 직후 주가가 4만 7100원까지 올랐으나, 상장 후 실적이 공개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파두는 연간 예상 매출액을 1203억 원으로 제시하였고, 이를 기초로 기업가치는 1조 50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사실 순이익도 아니고, 매출액이 1000억 원을 약간 넘는 기업이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긴 했지만, 당시에는 엔비디아 열풍으로 반도체 팹리스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이었기에 고평가 논란은 살짝 비켜갔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당황한 것은 상장 후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와는 너무나도 다른 황당한 실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예상 실적을 1203억 원으로 내놨는데 실제 매출은 단지 몇 억 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파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았다. 파두의 주가는 7월 초 현재 1만 3000원대이다.
한때 시가총액 3조 원을 넘기며 코스닥 9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바이오 기업 '셀리버리'는 지난 3월 상장폐지됐다.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상용화를 내세우며 2018년 특례상장을 했다. 당시 투자 보고서에는 2019년 예상 매출액을 190억 원이라고 했으나, 실제 매출은 45억 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2020년엔 20억 원, 2021년에는 7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신약 개발 계획이 허위였다는 혐의가 드러나고,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대표는 구속기소되었고 주가는 최고점 대비 92.2% 쪼그라든 상태로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투자자 5만여 명의 1조 원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2019년 상장한 항체 신약 개발사 파멥신은 7년 연속 매출 30억 원 미만을 기록하는 등 매출 부진과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적자가 누적돼 관리종목 지정을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파멥신이 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당초 예정된 6월 11일 상장폐지가 보류된 상태다.
또한 비록 상장폐지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기술이전 계약 해지와 임상 지연으로 실적이 악화돼 2년 연속 법차손(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진단사업 부진 속에 100억 원대 순손실을 기록하며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셀루메드도 사업구조 재편 및 신규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지정 기준에 미달됐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역시 매출 부재와 대규모 손실이 2년 연속 지속됐고, 애니젠은 정부 과제 축소의 여파로 실적이 급감하며 상장 유지 요건에 미달한 상태다. 카이노스메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에 집중해왔지만 미흡한 성과로 인해 누적 적자가 심화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모두 상장 이후 일정 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며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렇게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이 상장 후에 재무구조가 안정화되지 못하면서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들은 일반 상장사와는 달리 상장 유지 요건 적용에서 일정 기간 매출 및 이익 기준 적용이 유예되는 특혜도 주어진다. 보통 매출 요건은 상장 후 최대 5년간 면제되고, 법차손 기준은 3년간 유예된다. 이후에는 일반 기업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그래서 최근 2018~2019년을 전후해 특례상장한 기업들의 실적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정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일부 특례상장 기업들은 회계기준 충족을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형 M&A' 전략이다. 백신 개발사 셀리드는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인 '포베이커'를 인수해 외형을 키웠고, 압타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 업체를 인수했다. 바이오 기업인 유틸렉스는 IT 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1억 원대였던 매출을 90억 원 규모로 확대했다. 티움바이오는 화장품 OEM 기업 페트라온을 인수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회사 248개 중 3개는 상장폐지됐고, 무려 85%인 208개사가 작년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70%가 넘는 172개사가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반도체, 바이오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이는 대부분의 특례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미래 성장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주관사도 동조했거나,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혼란은 예견된 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상장이 되고 나면 일반상장이나 기술특례 상장이나 차이가 없다. 결국 '기술'은 상장 심사 때만 본다는 얘기다. 심사만 통과하면 그 이후에는 무풍지대인 셈이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특례상장을 했다면, 상장 후에도 최소한 그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되어야 하지만 그런 규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개발보다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나 구주 매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례상장 제도가 상장 문턱을 낮추는 데는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투자자만을 위한 엑시트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극단적인 평가도 있다.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피해 우려와 제도 신뢰성이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혁신기업과 자본시장과의 만남'이라는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실효성을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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