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서이초 사건 이후 되풀이된 비극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년 전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으로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차원의 민원 대응팀이 맡게 하는 교육당국 대책이 나왔으나 교육 현장에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는 18일 서이초 사건이 2주기를 맞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1년 전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교사에게 폭언 등으로 교권 침해를 했다는 보도를 문제 삼았다. 해당 기사로 자녀가 학교에서 낙인찍힐 판이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그 주장은 사후 보도로 불거진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고 반문하자 "지금 장난하느냐"로 시작된 그의 고성이 연신 귓가를 때렸다.
교권보호위원회의 교권 침해 인정 대목을 주로 다룬 기사에도 격앙된 부모의 일방적 주장을 계속 듣고 나니 갈등을 겪는 교사 혼자 대응할 일이 결코 아니란 걸 실감했다. 계속 봐야 할 학생 측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면 항의성 민원에는 학교 관리자나 중재 전문가의 개입이 있어야만 교사 심리와 교권 보호가 가능하겠다고.
올 5월 22일 제주의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교사는 개인 휴대폰으로 학생 가족의 반복된 민원에 시달렸다. 통화 기록에 이른 아침부터 한밤까지 민원을 응대한 흔적이 남았다. 유서에도 '민원으로 힘들었다'고 쓰였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으로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차원의 민원 대응팀이 맡게 하는 교육당국 대책이 나왔으나 교육 현장에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니 '제2의 서이초' 비극이 되풀이됐다는 얘기가 교단에서 나온다. 최근 공개된 중등교사노조의 약 2만 명 대상 설문에서 중·고교 교사 77.8%가 '개인 번호를 공개하고 있다'고 답한 걸 보면, 교사의 악성 민원 노출 위험 우려가 가시질 않는다.
진상 규명도 더디다. 제주교육청은 지난달 30일 유족과 일부 교원단체, 교육청 인사 등 9인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반을 꾸린다고 했으나 조사 기구 성격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올 뿐 가시적 진척은 없어 보인다. 흡연하던 문제 학생 지도에 책임을 다한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재발 방지안을 숙의하는 데 힘을 모을 일이다.
지난해 10월 24일 주검으로 발견된 인천 초등학교 특수교사 사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저연차 교사가 '아파트 안에 들어와서 등교지도를 해달라'는 등 학부모의 민원을 홀로 감당했다. 선 넘은 요구를 중재해야 할 학교 측은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한 듯한 정황이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창에 나타났다. 가뜩이나 과밀 특수학급을 혼자 도맡은 데다 기간제 교사 지원 요청을 불합리한 이유로 교육청에 거부당해 극심한 과로를 호소하던 교사였다. 어찌된 일인지 인천교육청은 비극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는 18일 서이초 사건이 2주기를 맞는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의 체감도가 낮은 교권보호 대책을 재검토하고, 교육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는지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쌍권 청산' 거부당하자 '당대표 출마'로 선회한 안철수의 승부수 | 한국일보
- 尹 공범은 누구? '계엄 문건 조작' 한덕수, '체포 방해' 박종준 | 한국일보
- 김지우 "내가 김조한과 바람 피운다고"... 루머 해명 | 한국일보
- 필리핀 14세 소녀 성착취한 50대 한국인… '빈민 지원' 유튜버의 두 얼굴? | 한국일보
- "부산 시민은 25만 원 필요없다"는 국힘 박수영… 누리꾼들 "너가 뭔데?" | 한국일보
- [단독] "尹이 체포영장 저지 지시" 진술 확보...尹 호위무사 진술도 바뀌었다 | 한국일보
- 부승찬 "尹, 외환죄보다 '불법 전투 개시죄' 해당할 수도… 사형만 있어" | 한국일보
- 양재웅과 결혼 연기한 하니 "인생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 몰랐다"... 심경 고백 | 한국일보
- 13층 상가 옥상서 투신 10대 여성이 행인 덮쳐…지나던 10대 여성 사망 | 한국일보
- [단독] 이진우, 드론사 찾아 합동 훈련 제안… 특검, 경위 파악 계획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