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불온 / 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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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은 의미심장한 단시조다.
불온은 온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인가? 붉은 코 애주가는 우선 두고 불온의 용의를 알아보아야 한다, 용의는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그리고 불온의 용의 앞에는 내 마음 깊이 찌른 건, 이라는 단호한 수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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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 / 강현덕
칼은 죄가 없다 칼 가는 사람도/ 고야의 칼 가는 사람도 붉은 코 애주가였다/ 내 마음 깊이 찌른 건 불온의 용의였다
『정음시조 제7호』(2025년, 제라)
「불온」은 의미심장한 단시조다. 얼른 해득이 어렵다. 칼과 칼 가는 사람, 고야의 칼 가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궁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온은 온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인가? 붉은 코 애주가는 우선 두고 불온의 용의를 알아보아야 한다, 용의는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그리고 불온의 용의 앞에는 내 마음 깊이 찌른 건, 이라는 단호한 수식이 있다. 그런 까닭에 「불온」은 칼만의 이야기는 아닐 터다.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모질고 매서운 언어 즉 혀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돌아가서 중장 고야의 칼 가는 사람도 붉은 코 애주가였다, 라는 대목을 도입한 화자의 의도를 짚어보아야 한다. 칼은 죄가 없는 것이 맞다. 그런 까닭에 칼 가는 사람도 죄가 없는 것이 옳다. 고야의 칼 가는 사람도 붉은 코 애주가였기 때문이다. 그가 술을 즐길 정도를 넘어섰기에 코가 새빨갛게 된 것이지만 그것이 칼 가는 일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칼을 갈았을 뿐 칼로 그가 어떤 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온의 용의는 화자의 마음을 깊숙이 찔러 심한 상흔을 남겼다. 그런 가해자는 실상 자신의 언행이 모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입으로 악한 말을 마구잡이 내뱉은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털끝 만한 반성도 끝까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는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불온의 용의로 말미암아 고야의 칼 가는 사람까지 떠올렸을까? 말은 불의의 세계라고 적고 있는 성경 말씀을 다시 깊이 새겨본다.
다음은 강현덕 시인의 또 다른 「변명」이다. 「불온」과 연계지어서 읽을 수 있다.
믿음은 때때로 그 등을 보여주더라. 죄책과 배덕 사이 아직도 난 후레자식이야. 울음 속 뿜어진 웃음 느닷없던 난판으로. 향 피우고 엎드린 조문객 때문이었어. 엄숙한 양말을 그리 크게 뚫어놓다니 허옇던 발꿈치 한쪽 어쩌면 좋았겠니. 노래하던 장자를 질책하던 혜시처럼 터진 입을 막던 나를 사람들은 힐끔거렸지. 엄마도 영정 속에서 큭큭큭 웃으셨는데.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본 장자는 죽음을 자연의 이치라 생각해 아내 장례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을 기억하며 쓴 시편이다.
앞서 읽은 「불온」은 온당하지 않은 일을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런 까닭에 불온의 용의는 그 실마리조차도 고개를 들지 않아야 마땅할 터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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