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슬기로운 문학생활] [10] 진정한 휴가란

휴가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여름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인사말에 하나가 추가된다. 주말에 뭐 하셨습니까, 언제 한번 밥 먹을까요처럼 큰 의미는 없는 질문이지만, 대답 전에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물음이기도 하다. 나에게 여름은 늘 급작스러운 손님이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계절에 신경도 쓰지 못하고 정신없이 보내다가, 최종 성적 처리를 마치고 나면 갑자기 온 세상이 여름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벌써 몇 번 그런 질문을 받았다. 아직 계획이 없다고 멋쩍게 웃으며 대답하다가, 문득 질문을 바꾸면 나도 대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 이번 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고 싶으세요?
십여 년 전만 해도 휴가를 떠나는 이들의 짐가방 속에는 책이 한두 권 들어있었던 것 같다. 비록 읽지는 못하더라도, 지루한 비행기에서나 푸른 해변에서 책을 펼치는 상상을 하는 것이 휴가의 일부였던 셈이다. 이것은 꽤 일리 있는 행동인데, 왜냐하면 우리 몸은 휴가지에 가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일상과 현실에 붙잡혀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휴가란 몸과 마음 모두의 쉼이다. 이국의 풍경과 낯선 음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정신의 ‘비움(vacancy)’은 독서라는 능동적 멘털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야기야말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큰돈과 시간을 들여 떠난 여행지에서조차 진정 ‘쉰다’는 감각을 경험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휴가는 어쩌면 이 정신의 비움을 빠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이번 휴가에는 비행기와 호텔 예약만으로 준비를 마치지 말자. 인증샷과 소셜 미디어로 우리의 공허함을 감추지도 말자. 대신 읽을 책을 고르고, 짐가방에 가장 먼저 넣어두자. 우리 몸과 마음, 바라건대 영혼까지 이번에는 진짜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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