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님비현상’ 계류장·격납고 확보 걸림돌
위급시 ‘언제나’ 출동해야 하지만
격납고 없어 난항… 온도 민감한 탓
출동 오류 겹쳐 골든타임 놓칠수도

닥터헬기 정식 계류장과 격납고를 하루라도 빨리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닥터헬기가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 확보에 필수적인 공공의료 자산이면서 인천시민 누구나 이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골든타임 확보위해 정식 격납고는 필수
지난 4월7일 옹진군 소청도에 사는 주민 윤모(69)씨는 심한 복통으로 행정선을 타고 백령도 병원으로 이송돼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았다. 이날 낮 12시10분께 길병원에서 의료진을 태우고 출발한 닥터헬기는 오후 1시30분 환자를 인계받아 오후 2시40분께 길병원에 도착했다. 감염이 심해져 생기는 패혈증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닥터헬기는 지난 14년동안 인천지역 중증 응급환자를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왔다.
섬지역 주민만 이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2021년 7월에는 남동구 주민 박모(당시 71세)씨가 지인을 만나기 위해 찾은 덕적면 백아도에서 미끄러져 고관철, 척추 등이 골절됐다. 오후 5시께 접수된 신고였지만, 1시간 30여분만에 병원에 도착해 외상센터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 2주일만에 퇴원했다.
이처럼 닥터헬기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언제나’ 출동 가능한 상태여야 하지만, 격납고가 없는 현 상황에선 어려움이 많다. 현재 인천에서 사용되는 기종은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가 제작한 AW-169 기종이다. 최첨단 헬기여서 각종 전자장비와 운용 소프트웨어 등이 외부 온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붕이 있는 정식 격납고가 없어 최첨단 헬기를 노지(露地)에 세워두고 있다. 눈비, 바람에 노출된 노지에 항상 세워두다보니 임무 수행 전 항공기에 크고 작은 오류가 생기곤 한다. 만에 하나 출동명령이 떨어지는 순간과 이러한 오류가 겹친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직 닥터헬기 조종사의 이야기다. 규정상 매일 이루어져야 하는 ‘일상 정비’도 주로 야간에 실시하는데 비가 오면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야간 조명 설치에도 애를 먹기 일쑤다.
태풍·폭설 등 기상 상황이 악화되면 지붕이 있는 격납고를 수소문해 떠나야 하는 처지다. 정식 격납고가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다. 주로 인근 김포공항 혹은 영종도 소방항공대 등에 신세를 지는데 정비 중인 다른 비행기가 격납고를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원거리 격납고를 찾아 나서야 한다.
2017년부터 닥터헬기 조종사로 일한 성용석 기장은 “격납고가 없어 발생하는 애로사항이 있어 궁극적으로는 최상위 서비스를 제때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불특정 다수를 위한 국가 의료 서비스인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가 소음 때문에 어려워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방음벽 설치에도 남동구의회 제동
전문가 “정쟁으로 삼는일 부끄러워”
■ 헬기 도입은 전국 최초, 정식 격납고 확보는 꼴찌
2011년 닥터헬기가 인천에 배치됐지만 아직까지 정식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다. 정식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는 곳은 전국 8개권역 가운데 인천과 경기 2곳이다.

경기권역은 인천보다 8년 늦은 2019년 헬기가 도입됐고, 곧 계류장·격납고 조성이 예정되어 있다. 인천시가 정식 계류장·격납고 위치를 남동구 ‘월례근린공원’으로 최종 확정한 것은 헬기 도입(2011년) 후 10년이나 지난 2021년의 일이다. 닥터헬기가 배치된 병원에서 반경 10㎞ 이내에 확보 가능한 8개 공공부지 가운데 병원 접근성, 거주지와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인천시는 이후 주민간담회(2022년 10월)와 주민설명회(2023년 1월) 등으로 두 차례 연수구 주민을 만났다. 또 2023년 3~5월 지역 정치인, 연수구의원과 면담을 진행했다.
소음영향도 조사(2022~2023년)도 진행했다. 현재 부평구 일신동 닥터헬기 계류장 운영시 발생하는 계류 및 이착륙 소음을 평가하고 전용 계류장 이전 후보지인 월례공원과 고잔공원에 대해 항공기 소음영향도 조사를 수행했다. 용역결과 월례공원 주변 공동주택 등 주거지역은 관련법이 정하는 ‘소음대책지역’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소음 민원을 고려하여 닥터헬기 소음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류장 주변으로 방음벽 설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남동구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닥터헬기 계류장과 격납고 부지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기본지침’상 닥터헬기 계류장과 부지·시설관리는 지방자치단체 책임이다.
■ “닥터헬기 계류장 정쟁 대상 삼는 것은 부끄러운 일”
닥터헬기에 대한 시민 인식이 부정확한 것이 현실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2년 전국 17개 시도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닥터헬기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닥터헬기가 격오지 주민만을 위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조사에서 거주지에 닥터헬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5.3%였다. 불필요한 이유로는 ‘근거리에 병원이 있다(많다)’ ‘구급차(차량) 이송으로 충분하다’ ‘교통이 편리/원활하다’는 식의 응답이 대부분이다.
지난해를 예로 들면 54건의 환자 이송 실적 가운데, 옹진군 섬 주민을 위한 출동 비율은 전체의 14건(26%)에 불과했다. 섬 지역을 여행하다 위급한 상황이 닥칠 경우, 거주지에 상관 없이 닥터헬기의 손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류장·격납고를 확보하는 일에 주민 우려가 큰 걸림돌이다. 필수 시설에 대한 주민의 무분별한 혐오감을 없애기 위해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주민을 설득시키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환자 이송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면 생존율은 절반 이상 증가한다”며 “의료진들은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 하나로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국 최초로 도입돼 인천시민들이 자랑스러워야 하는 시설인데 주민을 핑계로 지역 정치권에서 닥터헬기 계류장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공개적으로 계류장 설치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백효은·김성호 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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