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또 하나의 언어, 미술- 조윤숙(미술교육학자)

knnews 2025. 7. 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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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또 하나의 눈을 갖는 것이다."

언어를 익히면 그 언어로 표현된 세상이 나를 향해 열린다.

미술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고 풍부한 언어 체계 중 하나이다.

그림을 읽는 눈, 미적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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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또 하나의 눈을 갖는 것이다.”

언어를 익히면 그 언어로 표현된 세상이 나를 향해 열린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란 뜻이다. 이 통찰은 미술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술 작품은 어떻게 보나요? 감상은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대로 보면 된다”고 답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깊이 있는 감상, 진짜 미적 경험은 단순한 ‘느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단순한 감각의 차원을 넘어서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술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고 풍부한 언어 체계 중 하나이다. 이 언어를 습득하는 순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각적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선은 방향과 감정을, 색은 정서와 상징을 내포한다. 형태, 구도, 대비, 리듬 등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법이 된다.

핀란드의 미술교육은 ‘읽고 해석하는 법’을 함께 가르친다. 학생들은 작품에 쓰인 색상의 선택, 구도의 균형, 형태의 상징성에 대해 토론하며 자신의 시각을 키운다.

영국의 Tate Gallery는 ‘Visual Literac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작품 속 시각 요소를 언어로 표현해내는 능력을 기른다. “이 그림이 예뻐요”가 아니라, “따뜻한 색조가 안정감을 줘요” 혹은 “대비가 강해서 긴장감이 느껴져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추상화를 보며 “이건 이상한 그림이네”라고 말하는 것과, “이 그림은 반복되는 형태와 색 대비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구나”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적 언어를 익히는 순간, 우리는 단지 그림을 ‘보는 사람’이 아닌, 그림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우리에게 말 걸고, 질문하고, 사유하게 만든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그리고 어른들조차 다시 미술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림을 읽는 눈, 미적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감각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를 여는 길이다.

조윤숙(미술교육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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