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원수마저 포용한 통합의 정치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을 말할 때 흔히 '관포지교'라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관중과 포숙은 제나라 공자들의 왕위쟁탈전에서 각기 다른 진영에 서게 된다.
관중은 '규'를 위해 포숙은 '소백' 편에서 전력을 다해 일한다.
이 과정에서 관중은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제의 수도 임치로 들어가는 길목에 먼저 도착한 관중은 좋은위치에 서서 소백을 향해 화살을 당겨 명중시킨다. 소백은 쓰러졌고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백은 죽지 않았다.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의 쇠고리를 맞고튕겨나갔던 것이다. 그는 죽은척 연기를 했고 관중과 규가 방심하는 사이 서둘러 임치에 도착, 혼란을 수습하고 즉시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제나라의 16대 군주 환공이다.
환공은 먼저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던 관중을 잡아들여 죽이고자 한다. 그러나 이때 포숙이 나서며 간언한다. "만일 왕께서 제 나라만을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자신만의 보좌로도 충분하지만 천하를 경영하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관중을 용서하고 크게 기용하셔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제환공 소백은 관중을 재상으로 동반자삼아 큰 정치를 펼친다. 경제, 사회, 문화, 국방·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관중의 조력으로 인해 제나라는 급속도로 안정되었으며 이내 제환공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등극하게 된다.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고 친구이자 한 때 적이었던 관중을 추천한 포숙도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으나 목숨을 위협했던 관중에게 인과 덕의 통치술을 보여 준 환공의 리더십이 더 빛나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여기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진(晉)나라의 공자 '중이'는 군주에 오르기 전 19년간 주변 여러 나라를 떠돈다. 때로는 추위와 또는 굶주림과 싸우며 유랑생활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함께한 신하들은 대체로 충성을 다하지만 '두수'라는 재정담당자가 배신을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을 몰래 빼내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천신만고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중이는 모든 반대세력을 평정하고 '진문공'으로 등극하여 이내 자신을 도와 오랫동안 고생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게 상을 베푼다.
그런데 이 때 도망갔던 두수가 나타나 지난 날의 잘못을 용서하고 자신을 마부로 기용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배신자나 원수를 품는 군주의 아량에 감탄하게 되고 이로써 통치기반이 공고히 구축된다는 것이다.
문공은 두수를 엄벌에 처하고 싶었으나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 그를 마부로 기용하였다.
과연 두수의 말은 적중했다. 두수와 함께 나타나는 진문공을 보며 백성들은 칭송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진문공은 한 때 위기를 피해 담장을 넘으려던 자신을 향해 칼을 휘둘렀던 '발제'라는 사람마저 포용한다. 용서를 구하며 나라를 위한 계책을 고한 발제의 말을 믿어 주었다. 그 결과 진문공을 향해 역모를 꾀한 일당들을 모조리 진압하게 되었다.
한편, 중국 역대 왕조 중 최고의 치세라 일컫는 '정관의 치'를 구현한 당태종 이세민의 경우도 앞선 제환공이나 진문공처럼 원수를 품안에 안았다 . 이세민은 당시 황세자였던 형 이건성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건성의 책사로 일했던 '위징'은 틈날 때마다 "이세민은 황위계승을 가로막는 자가 될 터이니 반드시 그를 제거 해야 한다"고 충언한다. 그러나 이건성은 듣지 않았고 결국 '현무문의 변'을 통해 이세민이 황권을 잡게 된다. 당나라의 2대 황제가 된 이세민은 분명 자신의 적이었던 위징을 파격적으로 중용하고 그와 더불어 나라를 다스려 결국 당나라를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왕조로 자리매김시킨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대통령은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자리임을 역설해왔다. 여야정치는 물론이고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정치를 펼치겠다고 다짐했으며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시스템행정을 펼치는 가운데 전임정부의 각료 일부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등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행보는 과반을 뛰어넘는 국민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다소 안도감이 든다. 문제는 지속성여부이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국민 삶의 질적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초심을 잃지 않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주인군 북수원신협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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