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남짓 임시주택서 폭염 견디는 산불 이재민들 “살길 막막”

김규현 기자 2025. 7.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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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어린이문학관 마당에 차려진 산불 이재민 임시 모듈러주택에서 만난 김철규(68)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난 대형 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지며 노모와 함께 몸만 피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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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 “특별법 제정을”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어린이문학관 마당에 차려진 산불 이재민 임시 모듈러주택 모습. 김규현 기자

“인자 장마철인데 누가 공사를 할라 카니껴?”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어린이문학관 마당에 차려진 산불 이재민 임시 모듈러주택에서 만난 김철규(68)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난 대형 산불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으로 번지며 노모와 함께 몸만 피해 나왔다. 그의 집은 흔적도 없이 몽땅 불에 탔다. 한 달가량 대피소에서 생활하다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지 석달째다.

김씨와 노모는 10평 남짓한 방 한칸에 시스템에어컨을 켠 채 이른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 미처 커튼을 달지 못한 창문으로 뜨거운 햇볕이 그대로 쏟아졌다. 김씨는 공간 분리가 되지 않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아무리 모자 사이라도 옷을 갈아입거나 할 때 불편한 점이 있지요. 내 집에 있는 거 하고, 여 있는 거 하고는 아무래도 안 불편하겠습니껴.”

집을 다시 짓는 일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시 주택에는 최대 2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전기료는 6개월까지, 수도료는 1년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집이 흔적도 없이 다 탔으니까, 터도 다시 다져야 하고, 담장도 다시 세워야 하고, 하나하나 다 새로 지(어)야죠. 빨리 지어서 나가는 기 제일 좋은데, 장마철이라가 아직 공사 시작도 못 했습니더.”

경북 안동시 일직면 운산리 임시 조립주택 단지 모습. 김규현 기자

전소 주택 피해보상 지원금은 규모에 따라 2천만~3천600만원이 지원되고, 경북도가 6천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국민 성금으로 모인 기부금은 아직 배부되지 않았다. “요새 재료값 비싸고, 품삯 비싼데 1억으로 집을 지(어) 내겠나. 1억 줄랑가도 모르겠지만서도.” 안동시 일직면 운산리 임시 조립주택에서 만난 이아무개(77) 할머니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생 이 마을에 살았다는 이 할머니는 “우리는 농사도 안 짓고, 아무것도 없어서 대출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옛날 정부랑 달라서 임시 주택도 해주고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7월 현재 경북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 주택 피해는 전소 3563채, 반소 256채 등 3819채다. 안동 1555명, 의성 389명, 청송 712명, 영양 136명, 영덕 1280명 등 모두 4072명의 이재민이 임시 주택에 머물고 있다.

지난 2일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과 여의도 국회를 찾아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 제공

지난 2일 산불 피해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과 여의도 국회를 찾아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고태령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보상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다. 시골에 오래된 집에 살던 주민들은 무허가 주택이라는 이유로 보상도 없다. 현재 보상 수준은 사각지대는 물론 원상회복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말 그대로 공황 상태입니다. 다시 일어서보려고 아등바등하지만, 집은 물론 논밭, 공장 등 생계수단까지 모두 잃어 살길이 막막하다 아입니까.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한 책임 기관이라면 즉시 행동으로 답해야 합니다.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시행해야 합니다.”

한편, 지난 5월 출범한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첫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회에 제출된 5개 법안에 대한 심사를 시작했다.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은 10월31일까지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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