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평화 아이콘 '남극', 경쟁의 무대 될까

정지영 기자 2025. 7. 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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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과학과 평화의 섬' 남극이 강대국 '지정학 경쟁의 무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논의 주제는 '남극이 과학과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강대국의 경쟁장이 될까'였다.

협의회에 참여한 국가 대표들은 협력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조약 체제를 유지하고 남극의 평화적 이용과 환경 보호를 위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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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평화의 섬 남극이 지정학적 경쟁의 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랜 '과학과 평화의 섬' 남극이 강대국 '지정학 경쟁의 무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5일까지(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극조약 협의회에서 58개국 대표들이 모여 남극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큰 논의 주제는 '남극이 과학과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강대국의 경쟁장이 될까'였다. 

남극은 1961년 발효된 남극조약에 따라 군사활동이 전면 금지되고, 모든 영토권 주장이 유보된 곳이다. 오직 과학과 국제협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그간 평화와 과학협력을 대표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지진탐사 활동이 석유탐사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중국도 과학기지 확장에 나서면서 남극조약 체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트럼프 정부의 예산 삭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2026년 극지 연구예산의 70%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극 연구기지 유지 및 보수, 인프라 확충, 연구선 운영 등 핵심 기능이 줄줄이 축소될 전망이다. 미국은 남극 최대 연구기지와 유일하게 지구 남극점(남위 90도)에 기지를 보유한 국가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투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남극조약 관계자들은 "미국이 연구 및 투자에서 역할을 줄이면, 그 자리를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메울 수 있다"며 "기존 남극의 국제협력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반 블룸 전 미국 국무부 남극조약 대표는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정체되거나 역량이 줄어들면, 중국이 우리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 등 국가에서도 기존 체제 약화로 남극의 평화와 환경 보호가 위협받을 것을 염려했다.  

특히 과학 예산이 줄고 극지 경비함 등 군사 관련 예산이 늘면 남극의 '군사화' 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 풍부한 자원과 경쟁적 영유권 주장, 불완전한 조약 등은 계속해 미래 갈등의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

라이언 버크 미국 공군사관학교 전략학 교수는 "남극 예외주의가 영원히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며 "지정학적 긴장과 자원 탐사가 겹치면 실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의회에 참여한 국가 대표들은 협력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조약 체제를 유지하고 남극의 평화적 이용과 환경 보호를 위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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