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다닥다닥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좁은 공간·쓰레기 화재위험↑
좁은 골목 예닐곱 대 층층이 설치
먼지·쓰레기 등 청소도 제대로 안돼
자칫 과열·오작동 인한 화재 우려
작년 도내 에어컨 발화 지목 128건
골목 내 설치 제한 법적규제 미흡

경기도 전역에 폭염 특보가 내린 7일 오후 1시께 수원시의 번화가인 인계동 일대.
일명 '인계 박스'로 불리는 상가 밀집 지역 내에서는 건물 사이마다 뜨거운 공기를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가 빽빽이 들어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날마다 무더운 날씨를 기록하는 만큼 실외기들은 큰 소음을 내고 있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먼지가 가득 쌓인 채 청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실외기가 인적이 드문 좁은 골목에 설치가 주로 이뤄지는 만큼 가스 배관 등과 함께 배치되며, 자칫 과열이나 오작동으로 인해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보였다.
비슷한 시간대 화성 반송동 일대 중심상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에어컨 수십여 대가 낙엽이나 나뭇가지, 버려진 라바콘 등 쓰레기들과 함께 좁은 골목을 메우고 있었으며, 예닐곱 대의 실외기가 층을 이룬 채 한 데 몰려 있는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일부 실외기는 바람을 위로 향하게 하기 위한 '에어가드'조차 설치돼 있지 않으며 보행자들을 향해 내부의 더운 공기를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모습이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경기도 내 화재 가운데 에어컨이 발화기기로 지목된 경우는 총 128건으로, 전국 387건 가운데 33%가량을 차지한다. 올해도 에어컨으로 인해 현재까지 2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무더운 여름철 에어컨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는 6~8월에 몰려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8월 사이 에어컨으로 인해 92건(71.8%)의 불이 났다.
바람이 잘 들지 못하는 골목 내 설치를 제한하는 법적 규제도 마땅치 않다. 현행법상 실외기의 설치를 안내하는 내용은 ▶배구기가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 높이에 설치할 것 ▶열기가 보행자를 향하지 않도록 에어가드 등을 설치할 것 등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각 소방관서는 실외기와 관련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둘 것 ▶인근에 인화물질을 비치하지 말 것 ▶먼지 제거 및 이상 여부 점검 등을 홍보하는 안전수칙을 내놓고 있지만, 안내에만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실외기의 경우 미관상 이유 등으로 한 데 몰아 설치하는 경향은 있지만, 관련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 규정에 어긋나는 실외기에 대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이에 대한 조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현·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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