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창작 국악의 향연…연정국악원 10년의 무대를 담다

이성현 기자 2025. 7. 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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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고악보 '졸장만록' 첫 공개…대전 국악의 뿌리를 조명하다
임상규 첫 지휘·장사익 협연까지…국악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무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전경. 국악원 제공

생명이 깃든 악보, 전통의 혼이 흐르는 무대, 그리고 인생을 노래하는 사람.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신청사 개관 10주년과 국악단 창단 44주년을 맞아 기념행사와 특별공연을 연다. 이달 18일 연정국악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국악의 뿌리를 되새기고 그 위에 쌓인 예술의 시간들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가야금 악보 '졸장만록'과 18세기 거문고 실물이 최초로 공개되며 국악 역사가 다시금 현재로 소환된다. 저녁 무대에선 임상규 신임 예술감독의 첫 지휘 아래 각 장르가 어우러진 국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창작이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을 소개한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18일 오후 7시 30분 국악원 큰마당에서 신청사 개관 10주년 기념공연 '국악원 역사와 미래를 잇다'를 선보인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국악원 제공

◇기록과 유산으로 되새기는 연정국악원

이번 행사의 1부는 오후 2시부터 연정국악원 로비와 큰마당에서 진행된다. 대전시와 시민, 국악계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뜻 깊은 자리로 꾸며진다. 개관 10주년의 궤적을 따라가는 사진전부터, 유물 공개, 예술 퍼포먼스까지 다채롭게 구성됐다.

연정국악원의 10년을 시각적으로 조망하는 사진전엔 신청사 이전 구(舊) 청사의 모습, 주요 공연 장면, 전단과 팸플릿 등 16점의 기록물이 전시된다. 국악원이 지역문화계에 남긴 흔적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이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대전시 문화유산위원회가 지정 예고한 유물들이 시민 앞에 처음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 중 1796년 편찬된 가야금 고악보 '졸장만록(拙莊漫錄)'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가야금 악보로, 가곡 반주와 연주법, 탄현법, 도해 등 국악이론의 원형을 담고 있다.

특히 삭대엽·우조·계면조 등 고유 양식이 반영돼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함께 전시되는 300년 된 거문고 역시 이번 공연을 위해 처음 선보이는 소중한 문화재다. 두 유물은 국악의 정통성과 지역 예술 자산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료로, 연정국악원이 단순 공연기관을 넘어 '문화의 보존처'로서 역할을 해왔음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현대미술가 이성근 화백의 드로잉 퍼포먼스와 더불어 전통과 현대, 시각예술과 음악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루는 융합의 장이 연출된다.

또 올해 첫 지정된 '국악의 날(6월 5일)'을 기념해 지역 국악계에 헌신한 유공 시민 2명에 대한 표창 수여식이 진행되며 대전 국악의 발전을 이끈 이들을 조명할 예정이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국악연주단이 지난 2020년 11월 27일 기획공연 '종묘제례악'을 선보이고 있다. 국악원 제공

◇국악의 미래를 연주하다

2부 공연은 오후 7시 30분부터 국악원 큰마당에서 시작된다. 이날 무대는 지난 3월 부임한 임상규 예술감독 겸 지휘자의 첫 공식 공연으로, 전통의 깊이와 창작의 감각이 공존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공연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으로 문을 연다. 조선 왕조의 문덕과 무공을 기리는 '보태평'과 '정대업' 중 일부를 선보이며, 대전의 번영과 시민 안녕을 염원하는 상징적 시작을 알린다.

이어 무대는 '천년만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계면가락도드리와 양청도드리로 구성된 이 악곡은 연정국악단 원로 및 현 단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44년 국악사의 흐름과 정신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이날 공연의 백미 중 하나는 임 감독의 자작곡인 국악관현악 '꿈의 전설'이다.

유토피아를 향한 인생의 여정을 중심으로 희로애락, 갈등과 치유, 평화를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이 곡은 국악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표작이다. 작품은 어둠과 긴장, 내면의 응축, 갈등과 해소, 그리고 끝내 도달하는 평화로운 음향의 지평으로 구성된다. 감독은 단순한 감정 묘사를 넘어 더 나은 세상과 따뜻한 공동체를 향한 진심을 담아 대전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 지난 2021년 5월 14일 제179회 정기공연 '한국무용의 밤'을 선보이고 있다. 국악원 제공

◇노래, 춤, 연희…다채로운 전통의 빛깔들

국악 관현악과 전통 성악의 만남도 이날 공연의 중심축을 이룬다.

한국의 전통 소리 중에서 가곡, 가사, 시조를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 정가(正歌), △북두칠성(가곡) △들국화(가야금 병창) △몽금포 가는 길(민요) △사랑가(판소리)가 연이어 무대에 올라 국악의 다양한 음색과 정서를 전달한다.

특히 '몽금포 가는 길'은 황호준 작곡가가 부친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 속 사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서사적 곡으로,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민족의 서사를 국악으로 풀어낸다.

무용 프로그램 역시 화려하게 펼쳐진다.

여성 무용수들이 꽃관을 쓰고 추는 '화관무', 악귀를 쫓고 복을 기원하는 '처용무', 부채를 활용해 자연의 형상을 묘사하는 '부채춤'이 연달아 이어진다. 한국 전통 춤의 미감과 군무의 조화가 무대에 색채와 생동감을 더한다.

연희 부문에선 박범훈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중 제3악장 '놀이'가 소개된다. 농악 장단을 기반으로 역동적 리듬과 구조를 갖춘 이 곡은 전통 연희의 에너지와 관현악의 조화를 통해 공연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 지난 2023년 10월 17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에서 공연하고 있다. 국악원 제공

◇ 삶의 깊이를 노래하다…장사익과 함께하는 피날레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장사익이 장식한다. 독보적인 한국적 창법으로 사랑받는 소리꾼 장사익은 '티끌 같은 세상 이슬 같은 인생', '찔레꽃', '봄날은 간다' 등 대표곡들을 국악관현악과 협연하며 삶의 깊이를 노래한다.

사랑과 그리움, 자연과 민초의 감정까지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온 그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왔다.

대중가요, 재즈, 국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그의 음악 세계는 이날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예정이다. 장사익의 음색과 국악관현악이 만나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따뜻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며, 공연의 마지막을 진한 울림으로 채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공연은 18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개최되며, 공연과 행사 관련 정보는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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