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도입, 직무 재설계에 성패 달려

인공지능(AI)이 회사 업무에도 빠르게 도입되면서 AI를 조직생산성으로 연결하는 것이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생성형 AI의 도입 이후 업무시간은 줄었으나, 이에 따른 편익은 조직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생산성 누수’가 나타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대기업이 사무자동화 솔루션 성과를 인터뷰한 결과 AI 도입으로 연간 수십만 시간이 절감되었으나, 직원들이 해당 시간만큼 추가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AI 도입 효과가 업무중복, 미활용, 역할 전환 미흡 등으로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과거 PC 도입 시의 ‘생산성 역설’과 유사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루우는 1987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컴퓨터 시대는 도처에서 확인되는데, 국가나 기업의 생산성 수치 향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컴퓨터의 생산성 역설을 말한 바 있다.
AI의 생산성 누수 현상은 활동이나 가치 간의 연결 지점에서 업무 프로세스, 성과관리, 직원 저항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고의나 비고의적으로 직원들이 AI를 미활용하거나, 직원과 AI 간의 역할이 중복돼 AI의 효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또 AI를 활용해 직원들의 업무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직원들이 남은 시간만큼 더 일하거나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시간·비용 절감이 기업의 미래 성장 모멘텀의 자원으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AI를 기존 업무 틀에 단순히 끼워 넣거나, 조직 차원의 활용 계획·성과 측정체계·문화 기반이 부재할 경우 두드러진다. 따라서 AI 도입이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려면 조직 변화 관리의 사전설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직무의 재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은 AI 도입 전에 목적과 장단기 목표를 명료화하고 이에 따른 조직내 영향 범위를 예측, 해당 조직·구성원의 변화 및 적응 관리를 사전 설계해야 한다. AI 도입에 따른 직무별 업무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예측하고, 직무 신설이나 조정, 타 부서로의 배치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해당 구성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사전 협의하고 필요한 스킬 등의 적응을 위한 조치는 물론, 역할과 목표의 재조정에 따른 변화 관리 이행이 요구된다.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은 AI와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활용한 사무자동화를 추진하면서 직무 재설계를 병행, 부서 운영비를 최대 80% 절감하고 직원 이탈을 최소화했다. 또한 500여명의 직원들을 리스킬링·업스킬링(Re/Upskilling)해 신규 직무에 재배치, 생산성 향상에 성공했다.
AI 도입시 ‘기술부서’ 중심에서 ‘전사 차원’으로 논의를 확장해 관리하는 것도 성공의 필수 요소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AI 도입단계에 주로 기술팀과 도입팀 중심으로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를 추진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변화관리를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전략, 재무, HR(인적자원) 등 전사 차원의 AI 논의 및 보안이 필요하다.
전략 부서는 전사·부서별로 AI 도입 목적과 장단기 목표를 수립하고, 부서별 AI 성과의 조직성과 연계 방안 및 계획을 수립한다. 재무 부서는 성과평가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사 전략과 연계해 AI의 투자 우선순위 및 평가 기준을 설정한다. HR 부서는 AI 시대의 인재상을 재정의해 채용·평가·보상·교육과 인재상을 연계하는 한편, AI 적용 범위의 직무 재설계 및 직원 재배치, AI 활용·관리 노하우 공유 및 확산 문화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기술 관련 부서는 사업팀의 생산성 병목 해결을 위한 AI 도입 영역 탐색 및 기술적 옵션을 제시하고, AI의 한계점과 감독범위를 명확화해 AI 도입팀에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도입부서는 단기·중장기 관점의 생산성 병목을 정의하고 가용한 AI 기술에 대해 기술팀의 자문을 구하는 한편 직원의 역할 변화에 따른 직원 목표 재조정,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할 내외부 데이터의 선별 및 활용이 필요하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의 유현주 수석연구원은 “AI의 생산 성과 측정이 어렵고 AI 도입에 따른 구성원의 부적응과 저항이 걸림돌”이라며 “직무 재설계와 재배치를 병행할 때 생산성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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