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현장]"대책이 없다"...무더위에 가뭄까지 농촌 '이중고'

유은상 기자 2025. 7. 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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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양계장은 폭염에 힘겨운 대응
열대야 겹쳐 가축 면역력도 떨어져
대형 선풍기에 분무 시설 등 총 가동


장마 일찍 끝나며 가뭄도 기승 부려 걱정
밭 작물 시들고 벼논서는 '물대기 전쟁'
학계서도 '복합 재해' 발생 심화할까 우려

"웅웅~웅웅∼웅웅" 머리 위 쉼 없이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 소리에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도 묻혀버렸다.

가끔 부는 바람도 잠시, 바람이 지나면 무덥고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닿고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몇 마리 어린 송아지만 낯선 이에게 호기심을 보일 뿐 소들은 경계심도 귀찮은 듯 축사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 그런 중에도 대부분은 대형선풍기 바람이 시원한 곳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다.

"장마가 빨리 끝나버린 탓에 폭염이 얼마나 난리를 피울지 걱정입니다. 뾰족한 대책도 없습니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길어지면 정말 큰일인데 말입니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진 7일 오전. 함안군 군북면에서 200마리 한우을 키우는 이 모(66) 씨는 축사를 들여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빨라진 푹염과 길어지는 열대야로 소 면역력이 약화하면서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폐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 씨는 "열대야 탓에 해만 뜨면 금방 축사 안 온도가 30도를 넘는다. 이때부터 한밤중까지 종일 대형 선풍기를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진 7일 오전. 함안군 군북면의 한 한우 축사에서 무더위에 지친 소들이 대형 선풍기 아래에 모여 누워 있다. /유은상 기자

축사 온도를 낮추고자 대형 선풍기는 물론 차광막을 설치해 뙤약볕을 가려보지만 역부족이다. 무더위에 지쳐 식욕이 떨어져 사료 습취량은 20∼30% 줄었다. 이 씨는 소 기력을 위해 비타민과 영양제 등을 먹이고 있다.

그는 "대형선풍기를 모두 돌리다 보니 한창 더운 오후 2∼3시께 가끔 전력 부족으로 멈춰버릴 때가 있다. 그때는 가슴이 철렁한다"며 "큰 피해 없이 여름을 나야 할 텐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전기료에 사료비까지 비용만 늘어나면서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가량 떨어진 군북면 수곡마을 대형 산란계 농장 상황도 비슷하다. 여름인데도 충남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탓에 엄격하게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밖에서 본 농장에는 분무시설이 가동하고 있었다. 양계장도 온도를 낮출 방법과 닭 면역력을 높일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농장주 고희만(73) 씨는 "닭들은 무더위에 특히 약하다. 그래서 체온을 떨어뜨리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를 수시로 공급하고, 사료에 미생물을 섞어서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무더위에 고육책으로 다음 주부터 제빙공장에서 얼음을 사 와서 곳곳에 비치할 계획도 세웠다. 

그는 "올해는 특히 더 걱정이다. 장마가 빨리 끝나 그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며 "무더위는 매년 심해져 사육 환경은 더 열악해지는데 사룟값은 팍팍 오르지만 달걀값은 그대로라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농촌은 무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일찍 장마가 끝난 탓에 가뭄이 농민들 가슴에 무거운 바위 하나를 더 올려 놓았다. 이글거리는 햇살에 저수지 물은 고갈되고 식물들은 메말라가고 있다.

군북면 영원마을 들판에서 만난 진종중(61) 씨는 오전부터 농수로 옆에 트럭을 세워두고 논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물이 부족해 농민들 사이에 물대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에서 양수를 해서 논에 물이 들어가지만 가뭄 탓에 금방 또 말라버린다"며 "이렇게 지켜보지 않고 있으면 다른 주민이 수문을 돌려버려 물대기가 어렵다. 눈치작전 탓에 온종일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벼논 상황은 나은 편이다. 콩·깨·도라지·고구마 등 밭작물은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말랐다.

올해 남부지역에는 지난 1일 예년보다 훨씬 빨리 장마가 끝났다. 창원지역에 지난달 25일 5.1㎜ 비가 내리고서 7일까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장마를 거쳐 폭염으로 이어지는 여름철 기후 경향성이 무너지면서 폭염과 가뭄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해'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농민들 처지와 걱정도 같다.

진 씨는 "폭염뿐 아니라 이대로 가면 가뭄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그냥 두고 보지 못해 폭염에도 밭에서 물을 주는데 잘못하면 탈진해서 큰일 날 수 있다. 행정기관에서 늦기 전에 가뭄 대책도 준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