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늦은 금융당국…가상자산 ‘깜깜이’ 회계·세무 언제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8/dt/20250708132705283kzxu.png)
우리나라 법인의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 개설이 사실상 금지돼 있지만,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편법적 가상자산 취득이 늘어나고 있다. 특수관계인 개인이 먼저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회사에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법인이 해외거래소를 이용해 가상자산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편법적 가상자산 취득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수관계인의 양도 가액에 따라 배임이 될 수 있고, 투자자가 공시 등을 통해 실제 자산 취득을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책임기관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지난 3월 10일 회사의 실소유주인 김병진 회장에게서 비트코인 50개와 이더리움 268개를 매입했다.
현재 금융위 방침상 상장법인의 투자 목적 가상자산 취득은 금지돼 있다.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금융당국은 2017년 정부 방침에 따라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해 왔다. 당시 정부는 개인에 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자금세탁과 시장과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법인이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가상자산에 투자,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주목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편법을 통한 가상자산 취득이 늘었다.
비트맥스는 실소유주인 김병진 회장을 통해 비트코인을 확보했다. 김 회장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회사가 양수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세무와 회계 처리 방식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회사가 정말 해당 자산을 매입했는지, 해당 자산의 가치 변동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비트맥스는 회사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 변동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향후 매각 계획이나 투자 전략 등은 확인할 수 없다.
또 김 회장이 해당 자산을 어느 시점에, 얼마에 매입했는지도 공개되지 않는다. 만약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회사가 특정 인물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했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회장이 이익을 거뒀다 하더라도 가상자산 투자 관련 세제 도입이 지연돼 세금을 통한 취득가액에 대한 추적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비트맥스 측은 “매매거래 시 구입가격에 이체수수료만 포함해 거래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법인은 어떠한 이익없이 매입가 그대로 매수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인이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회계처리 역시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2023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을 발표했지만, 당시 법인의 가상자산 취득 목적은 플랫폼 운영, 용역제공 대가, 무상수령으로 제한됐다. 투자 목적의 가상자산 취득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1년 주기의 감사·사업보고서 지침과 투자자가 항시 확인할 수 있는 공시는 다른 부분”이라며 “2023년 감사보고서 관련 지침 만으로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제4차 가상자산위원회 개최 이후 하반기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원화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방안 허용 방침을 발표하며 관련 회계와 세무 지침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방침과 달리 편법적인 법인의 가상자산 취득이 성행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주가 폭등이 나타나면서 금융당국의 뒤처진 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취득을 위한 전환사채 발행, 정관상 ‘가상자산 투자’의 사업 목적 등도 현재 금융당국의 방침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문제의 시작은 정부가 법인의 가상자산 취득을 ‘원칙적’으로만 막고, 이에 대한 법이나 내부규정을 만들지 않은 것”이라며 “우선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야 모든 이해관계자의 업무 수행에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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