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대출규제…‘눈치 보기’ 들어간 중계동[비즈니스 포커스]

비가 올 듯 흐리고 습한 날씨. 7월 초 은행사거리는 동북선 공사로 어수선했다. 백팩을 메고 운동화나 클로그 샌들을 신은 학생들이 학원과 독서실, 저가 커피, 김밥집으로 빼곡히 채워진 대로변 건물에 들락거렸다. 시내버스를 타고 내리는 인파에도 동네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중계동은 대치동, 목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으로 통하는 곳이다. 서울 동북부 외곽지역을 나타내는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맏이 격인 노원에서도 주거 선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상계동, 월계동 등 인근 지역에 비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느린데도 그에 못지않은 아파트 시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21년에는 동북선이 본격 착공하면서 학원가에도 ‘역세권’ 바람이 불며 시세가 급등했다.
그런데 서울 중심부를 강타한 부동산 열기의 훈풍이 이번만큼은 이곳까지 닿지 않는 분위기다.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6·27 대책이 비교적 매매 가격이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에 호재일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을 벗어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네 공인중개사무소에선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10억원 넘은 ‘국평’ 관망세 지속
바쁘게 돌아가는 대로변과 달리 아파트 단지 쪽은 조용했다. 단지 앞 상가에는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연달아 자리한다. 평일 오후라는 점을 고려해도 가게들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불암산이 차지하고 있는 중계동은 크게 동쪽 산 인근의 학원가와 서쪽 7호선 중계역 인근으로 나뉜다. 학군지인 만큼 역세권 대단지가 인기인 다른 지역과 달리 학원가 인근 아파트의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실거주 수요가 특히 높은 곳은 중계청구3차, 건영3차이다. 최근에는 재건축 논의가 활발한 대단지 중계주공5차도 선호단지에 속한다. 중계청구3차와 건영3차는 각각 780가구, 948가구로 소형 타입이 위주인 다른 노원구 단지들과 달리 전용면적 84㎡로만 구성됐다.
전용면적 84㎡는 방 3개, 화장실 2개 구조로 일명 ‘국민평형’으로 불리며 3~4인 가족이 살기 적합한 평면으로 통한다. 젊은 ‘영끌족’이 많은 노도강에서도 학군이 좋은 중계동은 학령기 자녀를 둔 수요자가 주로 찾는 국민평형 인기가 높다.
중계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38㎡에서부터 84㎡까지 다양한 평면을 자랑한다. 총 2328가구로 최근 재건축추진준비위가 설립되는 등 개발호재가 있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타입은 구조가 3베이로 84㎡보다 잘 빠진 전용면적 76㎡이다. 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며 지난 6월부터 개정된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전에도 재건축추진위원회 및 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960가구 규모 라이프·청구·신동아와 동진신안아파트(468가구), 롯데우성(568가구)은 대형 타입이다.
이들 단지의 전용면적 84㎡와 대형 타입은 최근 1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거래량이 늘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청구3차의 현재 호가는 11억7000만~13억6000만원 선이다. 고층이나 수리된 매물은 모두 13억원 이상이다. 최근 고점은 13억원으로 2024년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이 가격대로 거래됐다.
2021년 2월 기록한 14억2000만원에 비하면 아직도 호가는 저렴해 보인다. 강남은 물론 학군으로 유명한 목동, 마용성, 강동, 광진, 동작, 영등포까지 서울 곳곳에선 전고점을 돌파한 단지가 나왔다. 그럼에도 중계동에선 전고점 돌파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초양극화에 규제까지…못 갈아타는 집주인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요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을 찾는 반면 집주인들은 당장 급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수요와 공급 간 ‘눈치 싸움’이 벌어진 상황이다. 최근 거래량 증가로 강보합이 지속되는 가운데 매수인들은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일 강남 아파트 뉴스가 나오니 10억원 대 아파트가 저렴한 것 같지만 6억원은커녕 4억원 정도만 대출을 받아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며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 빠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구3차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출규제로 인해 노도강에 온기가 전달될 것이라는 분석은 있지만 실제로 문의가 늘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중계동으로 옮기려는 매수인은 대부분 의정부나 인근 경기도에서 옮겨오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여유롭지도 않고 더 저렴한 매물만 찾으며 일단 관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히려 대출규제 여파가 거래에 악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 ‘초양극화’ 현상이 발생한 상황이라 갈아타기의 난이도가 높은데 대출규제로 인해 갈아타려는 집주인의 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무소 관계자는 “하지만 이미 급하게 가격을 낮춰 매도할 사람들은 다 집을 판 상태라 매물이 많지도 않고 현재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거래는 감소하는 상태인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서 규제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매물을 오히려 거두는 집주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계주공5단지 아파트 상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중계동 넓은 평수는 실수요가 많아서 대부분 갈아타려고 집을 내놓는다”며 “갈아타려는 동네는 더 비싼 곳이라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대출을 규제한다고 하니 갈아타려 했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으로는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기에 대출규제를 할 것은 예상했지만 시점이 예상보다 너무 빨라 모두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수요 움직이면…전망은 상승
중계동뿐 아니라 같은 노원구에서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좋았던 분위기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새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잠시 잠재 수요를 누른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월계센트럴아이파크는 5월과 6월에 각각 7건(계약 해제건 제외)이 거래됐다. 거래신고 기한이 30일이므로 6월 거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최고가 거래는 나오지 않았다.
노원구 최대 재건축 아파트로 유명한 3930가구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도 최근 거래량이 늘며 가격이 올랐다. 이곳 역시 전고점을 넘지는 못했다. 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타입만 있어 재건축 투자자 매물이 쌓여 있다. 7월 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곳 매매 매물은 35건이 나와 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정책대출, 전세대출까지 한 번에 제한할 정도로 강력한 이번 대출규제의 타깃은 다주택자와 마용성 다음 비싼 지역으로 상당히 명확하다”며 “상승세가 급격히 퍼지기 전에 정부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노도강과 외곽지역 상승을 일명 ‘대세 상승’의 기준으로 두면서 이들 지역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그럼에도 이전 상승기에 그랬듯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몇 년간 공급부족이 이어지면 실수요를 중심으로 규제에 빠르게 적응하며 외곽지역까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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