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李 대통령 오랜 공약인 '중간착취방지법' 입법 추진

최나실 2025. 7.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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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
<70> 당정, 중간착취방지법 하반기 추진
국정위·환노위, 하청 임금 구분 지급 논의해
지난해 '2조' 넘긴 임금체불 문제 해법 일환
李, 20·21대 대선서 '중간착취방지법' 공약
아리셀 1주년 "파견 업종도 중간착취 만연"
이재명(가운데)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023년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346만 명(2019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임금 중간착취 문제 해결은 이 대통령이 제20대 대선 때부터 밝혀 온 공약 사항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정이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착취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원청이 하청과 하도급 계약 시 하청노동자 임금을 따로 구분해 명시·지급하도록 하는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하반기에 추진한다.

용역 등 하청노동자 인건비 구분 지급과 파견 수수료 상한 설정 등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대선 직전날 중대재해로 숨진 재하청 노동자 고(故) 김충현씨도 원청이 책정한 월 임금(직접노무비)의 절반 이상을 떼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간착취방지법을 제정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 "중간착취 방지는 오랜 과제"

직장갑질119가 2023년 6월 2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별관에서 '파견법 25년 특별기자회견, 무한 중간착취의 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중간착취 문제'를 뜻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다단계 하청을 거칠수록 임금은 줄어들고, 고용환경은 불안정해지는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 오지혜 기자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간담회에서는, 원청이 하청노동자 인건비(직접노무비)를 전용 계좌를 통해 구분 지급하는 방안 등 중간착취방지법 추진이 논의됐다.

중간착취 문제는 용역·파견·위탁 같은 간접고용 구조에서, 하청노동자가 원청이 정한 인건비도 다 받지 못하고 하청업체, 직업소개소 등 중간 사용자가 상당 부분 떼먹는 문제를 뜻한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청년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원청이 내려준 월급(직접노무비) 522만 원 중 220만 원만받았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일 같은 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김충현씨도 원청이 책정한 월 직접노무비 약 1,000만 원 중 420만 원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관기사
• 태안화력 사망자, 월급 1000만원 중 580만원 뜯겨···심각한 중간착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515560005125)

이번 간담회에서 중간착취방지법은, 최근 몇 년 새 심각해진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대책 일환으로 논의됐다고 한다. 연간 임금체불액은 △2022년 1조3,472억 원 △2023년 1조7,845억 원 △2024년 2조448억 원으로 최근 연이어 급증세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에스크로 계좌 등을 이용해 하청노동자 임금을 구분해서 지급하면 최소한 인건비만큼은 떼먹기 어려우니 임금체불 문제가 완화되지 않겠냐는 취지"라며 "다만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려면 (퇴직금 미지급 방지를 위한) 퇴직연금 의무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22년 3월 8일, 마지막 '소확행 공약 90'으로 중간착취 근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임금 구분 지급 등은 당의 오랜 추진 과제이자 국정과제"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임금 중간 가로채기 방지'를 공약으로 발표했고, 이번 제21대 대선 공약집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중간착취방지법을 발의한 적이 있는 만큼 여야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는 문제이기에,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 "불법 파견업체 전면 수사를"

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불법 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민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김용균 재단 등 노동·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파견법 폐지 및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직업안정법 강화, 불법·편법적 인력파견업체에 대한 전면적 수사,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통과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중간착취는 원·하청 하도급뿐 아니라 근로자 파견 업종에서도 만연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아리셀 참사 1년, 불법·편법적 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1998년 파견법 도입 이후 도급, 파견, 용역, 자회사 등 여러 이름의 간접고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중간착취를 당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원청의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해고당하는 게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24일 공장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숨진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사고 역시 간접고용 구조가 만들어낸 '지옥도'의 전형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숨진 피해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고, '무허가 불법 파견업체' 메이셀이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공장에 보낸 파견 노동자였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장은 "아리셀은 값싼 인력을 쉽게 쓰고 버리는 데만 혈안이 돼 위험물질을 다루면서도 화재 시 대피요령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파견법이 만들어 낸 비극이자 고용부가 현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들은 "플랫폼 기업과 산업단지에서 확산되는 인력공급사업 등 중간착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인력파견업체에 대해 전면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파견법 자체가 간접고용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참사 현장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은 불타버린 공장을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뉴스1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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