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녹십자·한독도 뛰어든 비대면진료…법제화 움직임에 재정비 분주

염현아 기자 2025. 7. 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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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사업만 6년째, 실적은 저조
李정부 법제화 추진에 서비스 재개·전환 나서
이재명 정부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진료 사업에 뛰어든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장기전에 나섰다. 이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환자·의료기관 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원격 진료 생태계 구축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일동제약그룹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후다닥 케어' 유튜브 광고./일동제약 유튜브 캡쳐

이재명 정부가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추진하자,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비대면진료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축적된 의료 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원격 진료 구축에 뛰어들었지만, 시범사업만 계속돼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새 정부 들어 정책 변화가 감지되자 사업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비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중개 서비스를 운영해온 주요 제약사들이 최근 들어 관련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한때 중단했던 서비스를 재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의 제도화에 본격 착수하면서 다시금 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동제약이다. 일동제약그룹은 의료정보 플랫폼 기업 후다닥을 통해 2022년부터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후다닥 케어’를 운영해왔다. 2023년 10월 비대면진료 범위가 재진으로 제한되자 잠시 서비스를 종료했다가, 이듬해 초·재진 구분이 사라지자 다시 재개했다.

일동제약은 후다닥 케어 외에도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해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후다닥 건강’, 의료진 대상 커뮤니티인 ‘후다닥 의사’, 약사·의사·환자의 소통을 돕는 ‘후다닥 약사’ 등 여러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업계 선두주자도 기술력과 투자금을 앞세운 닥터나우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에게 내줬다.

회사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일동이커머스에서 사명을 바꾼 계열사 새로엠에스를 통해 비대면진료 전용 키오스크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달 선보인 키오스크 ‘새로닥터’는 원격 영상 진료와 처방, 약국 전송 기능이 통합된 장비로,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설치된 장소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새로닥터를 전국 경로당, 요양원, 복지시설에 보급하기 위해 현재 지자체와 논의 중”이라며 “비대면진료가 아직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법제화 기대도 큰 만큼 서비스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제약사들은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면서 이 분야에 진출했다. 당시 제약사들은 스타트업보다 풍부한 환자·의료기관 데이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고, 이용자가 급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비대면진료는 지금까지 6년째 시범사업에만 머물렀다. 2023년 6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하향 조정하며 ‘6개월 내 방문한 병원’에서 재진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자, 일부는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자 제약사들은 중단했던 서비스를 재개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사업으로 전환하며 다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GC녹십자도 2020년 인수한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유비케어를 통해 비대면진료 사업을 운영해 왔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비케어는 자회사 비브로스가 병원 예약·접수와 비대면진료 서비스인 ‘똑닥’을 운영했다.

유비케어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2020년 매출 1078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905억원, 영업이익 51억원으로 매출은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결국 지난 2023년 12월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 서비스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유비케어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제도적 문제로 중단했지만, 향후 제도화된다면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며 “새 정부의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시장에 새로 뛰어든 제약사도 있다. 한독은 디지털치료제 스타트업 웰트를 통해 비대면진료 시장에 발을 들였다. 웰트의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사업 파트너로 협업 중이다. 특히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 ‘솔닥’ 등에서 웰트와 함께 개발한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를 비대면 처방하기 시작했다. 슬립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대면 처방이 가능해진 디지털 치료제다.

SK바이오팜도 AI 기반 뇌전증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원격 진료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제약사 유로파마와 조인트벤처(JV) 설립해, 뇌전증 환자의 발작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당장 매출은커녕 오히려 기술 개발에 돈을 써야 하는 사업인데, 그럼에도 제약사들이 뛰어드는 건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라며 “향후 비대면진료에 약 배송까지 활성화할 경우, 제약사 성과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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