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밤'은 어떻게 여름을 장악했나 [IZE 진단]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물, 음악, 퍼포먼스가 뒤섞인 도심형 축제 '워터밤'은 2015년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후 여름을 대표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물 폭탄과 K팝 라이브의 결합은 새로운 페스티벌 형식을 열었고, 이는 곧 한국형 여름 페스티벌의 글로벌 모델로 확산됐다. 이제 '워터밤'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그리고 중동까지 아우르며 수십만 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워터밤'의 시작은 2015년 여름 서울이었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음악을 즐기며 물싸움을 벌이는 신개념 페스티벌'이라는 기획 아래, 물총을 든 관객과 물대포를 장착한 무대 위 아티스트가 물속에서 하나 되는 공연을 펼쳤다.
보는 공연이 아닌 함께 뛰어드는 공연이라는 경험의 확대는 MZ세대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현장 인증샷의 SNS 확산은 더 큰 화제성을 낳는 기폭제가 됐다. 페스티벌 콘셉트는 무더운 여름을 정조준했고 '워터밤'은 곧바로 대중성과 트렌디함을 겸비한 대표적인 여름 페스티벌로 성장하게 됐다.

서울→ 발리·두바이, 글로벌 페스티벌로 도약
초기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만 소규모로 열리던 '워터밤'은 점차 국내 여러 도시로 확대됐고, 2023년을 기점으로 해외 진출까지 시작했다. 2023년에는 일본 도쿄, 나고야, 태국 방콕에서 해외 투어가 성사됐고, 2024년에는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후쿠오카 등 아시아·중동권 대도시에서 관객 15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해외 시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에는 마닐라, 하이난, 마카오, 발리, 타이베이, 호찌민 등 총 13개 도시로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페스티벌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특히 기후가 덥고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도시일수록 '워터밤'은 무더위를 날려줄 새로운 쿨링 콘텐츠로 각광받았고, K팝 중심의 라인업은 현지의 한류 팬덤과 즉각적으로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흥행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에 따라 올해 국내 투어는 서울, 부산, 속초 단 3개 도시에서만 열렸다(서울과 부산은 이미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9개 도시 규모에서 축소된 형태이지만, 단순한 축소라기보다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 전략에 따른 구조적 재편으로 해석된다. 2NE1, 샤이니 태민·민호, 비투비 이민혁 등은 해외에서 열리는 '워터밤'에 참석한다.

올해 '워터밤 여·남신'은 누구? 새로운 스타 산실 무대
'워터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무대 자체가 신흥 스타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거나 확장하는 전략적인 무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가수 권은비다. 2023년 '워터밤' 무대에서 그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섹시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무대 영상은 SNS를 통해 수백만 뷰 이상 퍼졌고, 권은비는 단숨에 '워터밤 여신'이라는 별칭과 함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후의 음악 활동은 물론 예능, 광고계에서도 그 파급력을 이어갔다.
제시, 전소미, 청하, 효린, 선미, 비비, 현아, 키스 오브 라이프 등 여성 K팝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워터밤'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며 퍼포먼스형 여성 아티스트에게 하나의 통과의례 무대로도 자리 잡았다. 특히 솔로 활동을 보기 힘든 인기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까지 올해 서울 공연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이며 이 흐름에 합류했다. 차은우, 박재범, 백호, 이민혁 등 남성 아티스트들 역시 '워터밤 남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한 음악 관계자는 "'워터밤'은 무대 자체보다도 아티스트가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집중하는 페스티벌"이라며 "특히 여성 퍼포머의 콘셉트, 스타일링, 관객과의 교감 방식이 모두 하나의 브랜딩 장치로 작동하고, 남성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시각적 강도와 무대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장된 영향력, 문제점은 없나
'워터밤'의 인기는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도 불러일으킨다. 그중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물 사용에 대한 환경적 우려다.
2023년 광주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워터밤'이 개최 열흘 전 취소됐다. 지역 내 절수 운동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축제 강행은 주민 반발을 불렀고, 이는 단순한 사용량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이 지역 자원과 환경을 얼마나 고려하는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쟁점은 선정성 논란이다. '워터밤'은 물놀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 노출이 많은 복장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SNS 상에서 무단 촬영 및 유포, 성희롱성 댓글 등 이차적 소비의 위험으로 직결된다.
특히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기대되는 퍼포먼스가 일관되게 섹시 콘셉트로 귀결되는 경향은 '워터밤' 무대 자체가 일종의 성적 코드 재현장으로 고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워터밤'은 단연코 한국형 여름 페스티벌의 글로벌 성공 사례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제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서 사회적 책임도 함께 따를 수밖에 없다. 환경적인 문제와 콘텐츠 노출 및 유포에 대한 관리 시스템 정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 보인다.
/ 사진=더블앤, '워터밤 여수 2024', 울림엔터테인먼트, Viu(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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