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무너지는 경북 축산현장…가축 떼죽음에 냉방비 폭탄까지

서의수 기자 2025. 7. 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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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가축재해보험·냉방시설 등 182억 지원 집행…농가 “전기요금 보조 시급”
축사 체감온도 40도 육박…선풍기·분무기 풀가동에도 폐사·스트레스 악순환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2일 오전 전남 함평군 학교면 한 한우 축사에서 축산업자가 폭염 스트레스 완화제가 섞인 사료를 배급하고 있다.연합
경북 전역 축산농가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가축 폐사와 냉방비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농가는 하루 수백 마리의 닭이 폐사하거나,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한우의 사료 섭취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후 최근까지 도내 양돈농장 35곳에서 돼지 760여 마리가, 양계농장 5곳에서 닭 1만5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폐사 원인은 고온에 따른 열사병, 식욕 부진, 탈수 증세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축산농가는 고온을 이기기 위해 대형 선풍기와 안개 분무기, 물 뿌리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 낮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상황에서 축사 내부는 체감온도가 40도에 달한다. 내부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 환기창을 열어도 들어오는 공기 역시 뜨겁다.

고령군 대가야읍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같은 날씨엔 축사 안이 거의 찜통지옥"이라며 "임신한 모돈들이 견디질 못하고 하나둘씩 쓰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열을 식히려고 대형 선풍기와 고압 분무기를 하루 종일 돌리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우곡면의 또 다른 농장주도 "이런 날은 축사 안이 지옥이에요. 사람도 못 버텨요. 돼지가 안 죽으면 그게 더 신기한 거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료를 아예 안 먹어요. 하루 이틀 굶으면 면역력이 뚝 떨어지고, 결국 버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냉방 장비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이다.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냉방비가 평소의 2~3배 이상 늘었고, 일부 농가는 요금 부담으로 장비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축의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폐사율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북도는 축산농가 폭염 대응을 위해 전담 TF를 꾸려 8월 말까지 고위험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가축재해보험료(54억 원), 냉방시설 및 단열지원(25억 원), 비상발전기(13억 원), 사료첨가제(76억 원) 등을 포함한 총 182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 중이다. 농가를 대상으로 한 냉방장비 보급과 관리 요령 홍보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지원은 주로 장기 사업이나 시설 보완에 집중돼 있어, 당장 폭염에 노출된 농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보조나 긴급 현금 지원 등의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올해는 이른 시기부터 폭염이 시작되면서 축산 피해가 예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8월까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위험 농가 중심의 현장 점검과 긴급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당분간 33도 이상 고온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마전선은 남해상에 정체돼 있으며, 뚜렷한 강수 소식은 없는 상태다. 당장 한두 주 내 폭염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농가의 체력 소진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