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의 대풍헌] 교실이 보내는 경고

"한 반에 정서적으로 문제 있는 금쪽이가 다섯 명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보다 생활지도가 더 어렵습니다." 최근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있다'라고 여겨지는 학생이 한 반에 한두 명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이다. 교사는 수업보다 감정 폭발, 산만함, 폭력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을 수습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고, 일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다. 교실이 더 이상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위기 대응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약 15~20%가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어 전문적 중재가 필요한 상태다. ADHD, 불안, 분노조절장애 등은 이제 '특수한 사례'가 아닌 '흔한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심각한 변화의 이면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눈에 띄는 원인은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게임 등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은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 집중력과 자제력을 기르기 어렵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유아와 아동의 미디어 노출이 과잉일 경우 언어 지연과 감정 불안, 사회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3세 이전의 과도한 영상 노출은 두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다음으로 지목되는 것은 우리의 도를 넘은 조기교육과 경쟁 중심의 문화다.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유아기부터 입시 레이스에 뛰어든 아이들은 놀고, 쉬고, 관계 맺는 시간을 박탈당한 채 불안과 긴장, 과도한 통제와 타율적 강제 속에서 성장한다. 학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조급함은 아이의 자율성과 감정 조절 능력을 억누르게 된다. 이런 아이는 공부는 잘할지 몰라도, 자신을 돌보고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양육 환경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맞벌이와 핵가족화로 아이와 깊은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 줄었고, 정서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아이는 교실에서 부적응 행동으로 이를 표출한다. 문제는 일부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학교나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교육 현장이 더욱 고립된다는 점이다. 교사, 부모 간 신뢰가 약화하면, 아이를 위한 공동의 해결책도 마련하기 어렵다. 문제가 있어도 아무런 도움 없이 성장한다면, 결국 그 부작용은 사회 전체로 확산한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 제어가 어려운 성인이 늘어난다면, 범죄, 폭력, 실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다.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사회적 후폭풍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이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선행학습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 건강과 사회성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계에서 아동의 정서·행동 문제를 조기 선별하고 전문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정기적인 심리 검사와 상담 지원은 물론, 학부모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특수교육 대상뿐 아니라 일반 학급에도 심리상담사, 행동지도사, 특수교사를 확대 배치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교사 혼자 감당하기에는 이미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정신건강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정서적 회복 탄력성을 가진 교사 없이는 건강한 교실도 없다. 이들이 무너진다면, 아이들도 설 자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육 당국 모두가 적극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아이는 공부 기계가 아니다. 건전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놀고, 실패하면서,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교실은 아이들의 미래이자,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금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그 파장은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외면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