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무더위에 ‘개문냉방’ 다시 성행…상인들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규제 어려움
시민사회 “동일 기준세워 규제를”
당국, 영업 침해 우려에 신중론 속
“전력량 정점 8월엔 단속 검토 중”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주요 상권에선 문을 활짝 열고 냉방하는 ‘개문냉방’이 성행하고 있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혹서기가 길어지면서 상인들의 전기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에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의류매장 세 곳은 모두 문을 열고 영업을 준비 중이었다. 직원들은 에어컨을 켜고 출입문을 통으로 열어 놓았다. 바깥에서 옷을 고르던 김모씨(26)는 “문이 열려있으면 냉기가 느껴지니 더 많이 이용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한 오락실은 열린 문 앞에 서기만 해도 찬바람이 느껴졌다.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일행에게 “여기 엄청 시원하다”며 오락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꽃집·안경점·문구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열린 문으로 냉기가 흘러나왔다.

개문냉방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규제가 쉽지 않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시행령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사용제한’을 고시해야 단속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될 때 산업부 장관이 이를 고시하면, 지자체가 고시 기간동안 이를 단속하고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다른 행정처분이 없는 셈이다.
상인들은 영업을 위해서는 개문냉방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복대여점 골목에는 가게 6곳 중 5곳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 중이었다. 문이 열린 대여점 직원 A씨는 “(개문은)본사 방침”이라며 “문이 닫혀있으면 고객들이 안 온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서울 명동에서 식품매장을 운영하는 B씨(45)도 “문을 열어놓지 않는 것과 (열어 놓은 것은) 100% 차이가 난다”며 “우리도 덥고 전기세(료)도 많이 나와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기후변화로 폭염기간이 빨리 찾아오고 기간도 길어지는 상황에서 상인들의 전기요금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료 부담을 감내하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개문냉방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인들 입장도 같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냉방 경쟁’을 막으려면 규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동일한 규제환경에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상인들도 개문냉방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상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개문냉방을 억제하든, 규제 기관인 산업부가 개문냉방을 제대로 규제하든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7일 기자와 통화에서 “(개문냉방 규제 강화는) 상인들의 영업 자유 문제도 있고 국민 불편도 수반되는 조치인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전체 전력사용량의 10.5% 정도가 냉방 전력으로 사용되는데, 적정온도 냉방 등이 더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면서 “전력수요가 정점을 찍는 8월 혹서기에 개문냉방을 집중하여 단속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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