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네거리에서] (254) 지도자의 질병, ‘책임의 또 다른 이름‘

문정화 기자 2025. 7.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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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부국장
문정화신도청권 취재팀장/부국장

지난 5월29일 경북도청은 충격에 휩싸인 하루였다. 이철우 도지사가 청내에서 열린 22개 시군 부단체장 회의에서 자신의 암 진단을 직접 공개했기 때문이다. 소식은 삽시간에 펴져 나갔다. 같은 날 멀리 동해안쪽에서 이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도청 출입 기자로서 굉장히 놀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감한 사안을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래서 핫한 AI에 물었다. '국내외 지도자의 재임 중 질병 및 건강 이상 공개 사례'를 물으니,해외에서는 미국 아이젠하워, 레이건, 바이든 대통령, 영국 존슨 총리 등을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DJ, 문재인 대통령 사례가 언급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2차 대전의 연합국 승리를 이끈 전쟁 영웅 아이젠하워(재임기간 1953~1961)의 질병(3개)은 당시 백악관에서 실시간 브리핑됐고 치료 후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레이건(1981~1989)의 수술 일정과 경과는 대국민 발표 형식으로 공개돼 '정직한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소개됐다. 바이든(2021~2025)은 정기 건강검진 결과에 따른 치료 결과를 공개했고 존슨(2019~2022)은 코로나19 중증 감염으로 인한 입원이 실시간 공개된 가운데 권한이 장관에게 일시적으로 위임된 사례가 소개됐다. DJ(1998~2003)의 경우 심장 이상 등 일부 건강 문제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감기로 인한 병원 방문 등을 청와대가 간단히 브리핑하기도 한 것으로 나왔다. 회고록에서 밝힌 지도자도 소개됐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사후 회고록에서 "임기 내내 암을 앓았다"고 했고, MB도 퇴임 후 회고록에서 당뇨병 투병 사실을 언급한 바 있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재임 중 지도자의 건강 이상을 숨기거나 축소 발표하는 전통이 강한 것으로 소개됐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최고 지도자의 건강은 정권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보의 투명성보다는 체제의 이미지 보호가 우선시되는 구조 탓이 아닌가 한다. 본인이 직접 공개한 사례는 드물다. 일본 아베 총리는 두 차례 재임 중 질병으로 두 차례 사임했고 두 번째 사임때 본인이 이를 직접 발표했다.

지난 한달 여간 경북도정의 최대 관심사는 이철우 도지사의 건강이었다. 공개 후 곧바로 휴가를 내고 집중 치료에 들어가면서 병세에 대한 소문이 흉흉했다. 그 사이 6.3 대선이 있었고 인수위 없는 새 정부 출범으로 국정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도정은 김학홍·양금희 부지사를 필두로 김호진 기획조정실장, 박성수 안전행정실장 등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지난 7년 간 이 도지사가 워낙 맨파워로 맹활약을 해온 터라 그 여파가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민선 8기 4년차 첫날인 지난 7월1일, 이 도지사의 언론 브리핑으로 도정도, 도민도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경북도는 예년과 달리 2018~2025년까지 성과를 정리했고 새정부와 협력과 역점적으로 추진할 7대 광역공약, 산불피해 극복과 혁신적 재창조, APEC 성공개최와 포스트 APEC 계획 등 남은 1년을 더 큰 발전 방향이라는 타이틀로 그림을 그려냈다. 무엇보다 이 도지사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자각 증세와 진단, 치료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구경북신공항 후보지 선정, 행정통합 추진 등 지난 7년간 굵직한 도정 현안을 다루면서 보여온, 숨기지도 꾸미지도 않는 솔직함을 그대로 보였다.

"공인이 자기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숨기거나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한 그는 7월 한 달은 조심스럽게 근무한 후 다음 달부터 회복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0월에는 경주에 상주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리고 투병 중 도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산불피해 지역에 대한 혁신적 재창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이재명 대통령을 면담, 꼭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된다. 제가 좀 아프다는 핑계로 좀 가서 대들면 좀 쉽게 안되겠나"라고 말이다. 이철우 도지사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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