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1리에서 펼쳐진 작지만 깊은 나눔…한국부인회 군위군지회 ‘비빔밥 봉사’ 이야기

배철한 기자 2025. 7. 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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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르신께 대접할 이 밥상, 사랑으로 지었습니다."

"요즘은 혼자 밥 차려먹는 것도 일인데, 이렇게 한 상 받아보긴 정말 오랜만이에요." 팔순을 넘긴 김모 어르신은 비빔밥 그릇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말했다.

"힘든 일일수록 함께할 때 의미가 깊죠.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어르신들이 웃으시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요." 회원 중 한 명의 말은 이들의 봉사가 결코 '봉사'라는 단어 하나로 단순화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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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1리의 경로당 앞마당엔 이른 시간부터 한국부인회 군위군지회 회원들의 어르신들께 대접할 비빔밥 만들기에 분주한 손길이 오갔다.삼국유사면 제공.

"오늘 어르신께 대접할 이 밥상, 사랑으로 지었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4일 아침.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1리의 경로당 앞마당엔 분주한 손길이 오갔다. 하얀 앞치마에 소매를 걷은 이들이 조용히 식탁을 차리고, 솥뚜껑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풍경은 마치 대가족의 잔칫날을 떠올리게 했다. 이들은 바로 한국부인회 군위군지회 회원들이다.

10여 명의 회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마다 밑반찬을 만들고, 갓 삶아낸 돼지고기를 결결이 찢으며, 정성스레 비빔밥 한상을 차려냈다. 메뉴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성이 밥알마다 배어 있었다. 오이채, 애호박볶음, 당근나물, 그리고 정갈하게 썬 고사리와 삶은 시금치. 무더위 속에서도 땀을 닦아가며 준비한 반찬들이 그릇에 오르자, 하나의 밥상이 아니라 하나의 마음이 완성됐다.

"그냥 비빔밥 한 그릇이지만, 여기에 우리 마음 다 담았어요."
이원선 회장의 목소리엔 뿌듯함과 겸손이 묻어났다. "어르신들 얼굴 밝아지시는 거 보면, 아무리 더워도 힘든 줄 몰라요."

오전 11시가 넘자 화수1리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경로당으로 모여들었다. 누구는 지팡이를 짚고, 누구는 팔짱을 끼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한 밥상 앞에서 "이야, 이런 날도 있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며 웃음꽃이 피었다.

"요즘은 혼자 밥 차려먹는 것도 일인데, 이렇게 한 상 받아보긴 정말 오랜만이에요." 팔순을 넘긴 김모 어르신은 비빔밥 그릇을 두 손으로 꼭 쥐며 말했다. 식사를 함께한 회원들도, 어르신들 곁에 앉아 밥을 비비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는 건강을 걱정했고, 어떤 이는 손자의 대학 합격 소식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음식이 곧 마음이었다. 한 그릇의 밥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이 됐다. 한국부인회 군위군지회는 단순한 여성단체가 아니다. 지역의 틈새를 메우는 조용한 연결고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빛을 전하는 손길이다. 평소에도 독거노인 반찬 나눔, 김장 봉사, 환경 정화 활동 등 꾸준한 활동을 해오며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철학을 실천해왔다.

"힘든 일일수록 함께할 때 의미가 깊죠.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어르신들이 웃으시면,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아닐까요." 회원 중 한 명의 말은 이들의 봉사가 결코 '봉사'라는 단어 하나로 단순화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은섭 삼국유사면장은 이날 현장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그것도 주말에 이렇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준비해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지역사회가 참 따뜻합니다."

밥상은 결국 비워졌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은 채워졌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하루. 군위군의 한 경로당에서 시작된 이 작지만 깊은 봉사의 여운은 여름 햇살 아래 천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배철한 기자 baec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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