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서치, 공론화 20년 진단 세미나 공동 주최…숙의민주주의 미래 모색

지난 4일, 한국리서치 Idea Lab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2005년 ‘8.31 부동산 정책 공론조사’를 시작으로 지난 20년간 시민 참여 기반으로 추진되어 온 공론화의 흐름을 되짚고, 최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숙의민주주의의 제도적 가능성과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 이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내세우며 대통령실에 갈등관리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공론화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역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방안으로 숙의적 공론화에 주목하면서 이번 세미나의 논의에 이목이 쏠렸다.
세미나 주제 발표는 김춘석 한국리서치 공론화센터장이 맡아,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시행된 공론화의 성과와 한계를 실증적으로 진단하고,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한국 공론화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한계를 갖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공론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공론화 모델 및 효과에 대한 심층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특별 토론자로는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 창시자인 제임스 피시킨 (James S. Fishkin) 교수의 오랜 동료이자, 스탠포드대학교 숙의민주주의연구소(Deliberative Democracy Lab) 부소장인 엘리스 수(Alice Siu) 박사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엘리스 박사는 “공론화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참여 시민이 충분한 정보와 숙의를 통해 공공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AI 기반의 온라인 숙의 플랫폼 등 스탠포드대의 최신 숙의 실험 사례를 소개해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 토론자로는 은재호 KAIST 겸직교수와 김지수 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실장이 참여했다. 은 교수는 “한국의 공론화가 통계적 대표성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며, “의견 다양성과 대표의 다원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각 지자체가 지역 특성 및 상황에 맞는 의제 설정과 모델 개발을 통해 맞춤형 공론화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미나 사회를 담당한 한국갈등학회 하동현 회장(전북대학교 교수)은 “이번 세미나는 전환의 기로에 선 한국 사회 공론화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며, “공론 화가 이재명 정부의 국민통합 구상과 국정운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효민 기자 jo.hyo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